▲(강릉시청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사진으로 보는) 경포호. 강릉을 대표하는 호수. 전설에 따르면 규수는 연못에 사는 고기에게 먹이를 주며 길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거대 호수는 제격이 아니므로 경포호를 <명주가>의 무대라고 할 수는 없겠다.
강릉시
방등산은 신라 후기 이후 도적들이 들끓는 우범지대였다. 방등산 도적들은 민가를 짓밟으면서 부녀자들을 납치하고 겁탈했다. 한 여인도 도적들에게 잡혀갔는데, 아무리 간절하게 기다려도 무정한 남편은 아내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 부전가요 <방등산>은 무능하고 무기력한 남편을 원망하고 풍자하여 부른 노래였던 것이다. 이 노래의 가사가 생생하게 남아 있다면 아마 지금도 큰 인기를 끌고 있을 법하다.
<지리산>은 도미 설화의 내용을 담고 있는 부전가요다. 미모와 교양을 갖춘 구례현의 한 여인을 백제의 왕이 범하려 했다. 하지만 여인은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왕의 명령을 따를 수 없다고 저항했다. 노래는 널리 퍼져 수많은 민중의 사랑을 받았다. 정절만이 아니라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노래였으니 일상적으로 수탈에 시달려온 민중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을 것이야 자명한 일이었다.
아름답고 변함없는 사랑을 노래한 <명주가>
<선운산>, <방등산>, <지리산>은 모두 산을 지리적 배경으로 거느렸고, 부부 사이의 애증을 노래한 백제의 부전가요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지만, <명주가>는 소재도 주제도 전혀 달라 오히려 더욱 주목을 끈다. 게다가 이 노래는 고구려의 부전가요다.
한 소년 서생이 명주(강릉)에서 공부를 하던 중 양가의 규수와 사랑에 빠졌다. 두 선남선녀는 뒷날을 약속하였고, 소년은 과거 공부를 하러 서울로 떠났다. 무릇 모든 서사는 갈등이 있어야 사건에 얽히는 법, 규수의 부모는 딸에게 머잖아 혼례를 치르도록 강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