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층 객석은 앉을 자리가 없었다. 가득 찼다. 자리가 없어 뒤편에서 서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강당에도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군민회관에 모인 전체 인원이 어림잡아 천 몇 백 명.(경찰 추산 1100명. 대책위 추산 1500명.)
송성영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층 객석은 앉을 자리가 없었다. 가득 찼다. 자리가 없어 뒤편에서 서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강당에도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군민회관에 모인 전체 인원이 어림잡아 천몇백 명(경찰 추산 1100명. 대책위 추산 1500명).
숫자가 뭘 그리 중요한가? 묻는다면 중요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포스코 관계자나 석탄화력발전소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몇몇에 불과하다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흥 화력발전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1500명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말한다면 그것은 단세포 동물의 계산법이나 다름없다. 만약 서울광장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에 10만 명이 모였다 하자, 그 인원이 대한민국 전체의 의견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지인 나로도의 어민회, 고흥군연합자망협회, 한국 김산업 어민회 고흥군지회, 고흥군 농민회, 한국농업경영인고흥군연합회 등 40여 개 단체가 참여했다. 군 단위에서 농어민들이, 그것도 한창 바쁜 시기에 천 명 이상 집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날 집회에는 고흥군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시민단체장을 비롯해 저 멀리 송전탑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경남 밀양 주민까지 합세했다.
대책위는 "9월 21일 현재 어업, 농업, 환경 및 사회단체를 포함하는 총 47개 단체가 고흥화력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보성, 순천, 여수 등 발전소 예정지 인근 시군의 어업, 환경,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이고 광주 전남 신규 석탄화력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녹색전남을 표방하는 전남의 전체적인 문제로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대책위에서는 "그동안 선전활동, 1인 시위, 천막농성, 집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부당성을 주장해 왔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 주민들과 단체들을 만나 대부분의 군민들이 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행사장에는 군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군수는 물론이고 단 한 명의 군의원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들 대신 농민회 회원 중의 한 사람인 고흥 토박이를 만났다.
"오늘만큼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석한 일은 거의 없었다. 고흥 사람들은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한다. 그래서 그동안 집회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에 이제 더이상 군수를 믿고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것 같다." 그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면 그동안 화력발전소 반대 운동에 방해 공작이 많았던 모양이다.
"농민회에서 각 면의 이장단들 모임에 참가해서 석탄화력발전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회를 가지려 했는데 한 개 면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허락을 하지 않아 그마저 못했다. 이번 집회에서도 한 마을의 이장이 집회 소식을 알리는 동네 방송을 했다가 면으로부터 제지당하기까지 했다."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를 하지 않더라도 화력발전소가 자신의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경청할 수 있지 않은가? 고흥군은 그마저 막고 있다는 것이다.
"화력발전소에 대해 군민들에게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화력발전소에 대한 정보제공을 받을 권리조차 차단하고 있으면서 군민들의 여론을 수렴하여 건설 유무를 결정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은밀히 밀실행정을 펼쳐 화력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고흥군의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은 민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있으면서도 이명박 정부를 닮았다. 얼토당토않게 핵발전소를 녹색 에너지라 여기는 무지의 극치를 보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똑 닮았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청정 고흥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면.
"군민들의 찬반 의견 수렴해 유치 여부 결정하겠다? 뻔한 꼼수지요"
▲행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온 고흥군민들
송성영
행사를 마치고 군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거리 행진 중간에 대책위의 몇몇 집행부 사람들이 고흥군수와 면담의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똑같은 얘기만 되풀이하더라구요. 환경이나 경제적인 파급 문제를 전문가에게 맡겨 자료가 나오면 군민들의 찬반 의견을 수렴해 유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지요. 그 전문가들이 누구입니까? 빤한 꼼수지요. 난감한 표정을 지어가며 군수 입장이 돼 봐라, 그러더군요."대책위 사람들은 '군수 입장이 돼 봐라' 했던 얘기는 군수를 통제하는 윗선에 누군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 그 윗선은 그동안 고흥군을 좌지우지해왔던 정치인들일 것이라 여기고 있다.
이날 반대 집회장에 나선 이종학 해남 군의원(그는 해남 군수가 적극 추진하고 있던 해남화력발전소 건설에 맞서 20일간의 단식투쟁을 벌이면서 군민들과 더불어 군 의회 부결을 이끌어 냈다)은 "지역 정치인들이 그 지역을 지키지 않고 기업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인들이 화력발전소의 좋은 점만 내세워 기업의 대변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업 이윤 위해 지역민들을 짓밟고 있다."또한 임낙평 전남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석탄화력발전소는 지구상 가장 더럽고 거대한 물질"이라며 시대를 역행하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일침을 놓았다.
"독성 강한 수은을 비롯한 온갖 오염물질을 내 보내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조차 줄이자는 것이 전 세계 추세다. 미국 학자의 말대로 석탄화력발전소는 죽음의 공장이다. 인류와 뭍생명들을 파괴하는 죽음의 발전소다. 그럼에도 군수 완장 찬 한 사람이 이명박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따르고 있다. 고흥화력발전소는 포스코의 극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존재하는 연말까지 결정하려 한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한 해 농사를 망친다 하여도 눈물을 머금고 다음해 농사를 다시 시작하면 된다. 태풍으로 한 해 어장을 망친다 해도 다음 해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가 몰고 올 파장은 평생 농사를, 평생 바다 일을 망치게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후손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다. 이게 어디 고흥군만의 문제이겠는가? 석탄 화력발전소가 들어설 자리는 바로 해상국립공원, 대한민국의 환경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대책위에서는 나로호 발사(10월 26~31일 예정)에 맞춰 대대적인 시위를 통해 나로도 해상국립공원에 건설될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의 부당함을 전국에 알릴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청정한 바다와 하늘 땅을, 청정 고흥을 위한 진정한 선택이 무엇인지 고흥군수의 분명한 답변이 없으면 주민소환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제도의 폐단을 막기 위한 지역주민들에 의한 통제제도. 주민들이 지방자치체제의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다).
폭풍전야, 거대한 태풍이 몰려오기 전날, 하늘은 더없이 맑고 사방천지가 고요할 때가 있다. 폭풍전야처럼 조용한 사람들이 뿔나면 무섭다. 고흥군민들이 생업을 접고 생존권 투쟁을 위해 거리로 나서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석탄화력발전소반대 고흥군민총궐기대회 결의문 |
우리는 여러 차례의 현장 견학을 통해 온배수 배출에 따른 바다의 황폐화와 중금속을 포함하는 각종 대기 오염물질과 송전선로와 송전탑에 의한 전자파로 주민들의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 피해 보상을 둘러싼 민원 발생으로 행정력 낭비와 지역 공동체의 분열과 반목의 심화 등 석탄 화력발전소가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직접 확인한 바 있다.
우리는 오늘 화력 발전소 추진을 포기하라는 대다수 군민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바쁜 생업을 미루고 이 자리에 모였다. 현재 농업과 어업은 고흥을 떠받치는 근간이며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문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후기 산업사회의 위기 등을 고려 해 볼 때 장기적인 안목에서도 청정고흥의 이미지를 지키면서 농업과 어업을 기반으로 6차산업의 새로운 전망을 세워 나가는 것이 고흥을 살리는 길이라 확신한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 고흥의 근간 산업인 농업과 어업이 무너지고 농업과 어업이 무너지면 서비스업도 같이 무너져 고흥의 전체적인 경제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끼지게 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산화탄소 감축을 추진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후진적인 사양사업인 석탄화력발전소가 절대로 고흥에 들어서지 못하도록 막아내기 위해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천명하면서 대다수 반대하는 군민들의 뜻을 모아 석탄화력 발전소 저지를 결의한다."
-결의문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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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온갖 오염물질을 배출해 내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자업자득의 길을 걷는 것이다. 인간을 위해 건설하겠다는 것이 결국 자연환경을 망가뜨려 인간을 해치게 된다. 그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그 길을 가겠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거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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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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