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책 <파라오의 비밀문자 : 이집트 상형문자 읽는 법>(브리지트 맥더모트 저/권영진 역/예경), <이집트 신화>(베로니카 이온스 저/심재훈 역/범우사), <로마제국을 가다 1, 2>(최정동 저/한길사)
오마이뉴스
상형문자에 대한 나의 관심은 마침 시중에 번역되어 나온 <파라오의 비밀문자>(브리지트 맥더모트 지음, 권영진 옮김)을 보면서 더욱 구체화되었다. 상형문자의 베일이 점점 벗겨지면서 나일문명이 내 손에 들어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일문명 기행에서 진짜 필요한 지식은 나일신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대 나일문명에서 신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따라서 신화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나일문명 기행을 한다는 것은 내 눈에 그 찬란한 고대문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음을 의미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문명기행에서 하나의 철칙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배경지식을 얻기 위해 <이집트 신화>(베로니카 이온스 지음, 심재훈 옮김)을 구입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집트 신화는 서양 신화의 모체임을 들어났다. 어쩌면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유일신앙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뿌리도 바로 나일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독서를 했다 해서 나일문명의 전모가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현지에 직접 가보지 않고 책상 앞에서 문명기행을 하는 것의 한계이리라.
이런 즈음 2008년 <한겨레> 신문의 최정동 기자가 쓴 <로마제국을 가다>라는 책(상/하)를 접했다. 최 기자는 오래 전부터 로마제국의 유적을 찾아 여행에 나서 두 권의 책을 썼다. 최 기자는 책 하권에서 나일투어를 다루었는데 이것이 대체로 내가 가고자 하는 유적지와 일치하였다. 기자다운 문체로 나일문명의 이모저모를 다루어 읽는 이의 이해를 도왔다. 이런 준비 끝에 나의 나일문명 기행의 그림은 그려졌다.
9박 10일의 '나일문명 기행' 여정 스케치 나일문명 기행의 여정은 9박 10일의 일정이었다. 시간적 제한만 없었다면 자유여행을 하면서 나일문명 유적을 충분히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방학 중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어 열흘 이상의 시간을 내기는 무리였다. 그러니 품이 많이 드는 자유여행은 포기하고 여행사 프로그램을 물색하였다. 우선 믿을만한 여행사를 선택하고 프로그램 중 내 바람을 그런대로 충족할 수 있는 상품을 골랐다. 그렇게 해서 나는 한 여행사의 9박 10일 나일문명 기행을 찾아냈다.
2011년 1월 15일 일행은 인천을 떠나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를 경유하여 카이로에 도착했다. 그 다음 날 기자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그리고 카이로 구시가지에 있는 곱트교 예배당을 본 다음 카이로 국립박물관을 둘러보았다. 그날 밤 비행기로 아스완으로 이동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300킬로미터 떨어진 아부심벨로 가서 람세스 2세의 대신전과 네페르타리 소신전을 방문했다. 아스완으로 돌아와 시내의 유적지를 돈 다음 본격적으로 이번 여행의 꽃인 나일 크루즈를 시작했다. 선상에서 휴식을 취하는 한편, 카이로 방향으로 내려가면서 나일강변에 위치한 유적지를 하나하나 탐방했다.
콤옴보 신전과, 에드푸의 신전을 본 다음 여행의 절정은 룩소르에서 이루어졌다. 그곳에서 우리일행은 나일문명의 최고의 신전인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에서 문명기행의 최고의 감동을 느꼈다. 그리고 이어서 룩소르 서안의 왕들의 계곡과 왕비의 계곡을 가보았다. 1월 15일 일행은 룩소르를 떠나 카이로를 경유하여 알렉산드리아로 향했다. 피곤한 몸이었지만 가보지 않을 수 곳이었다. 이것으로 사실상 나일문명 기행은 끝이 났다. 그런데 이 여행은 덤으로 사막투어의 재미를 선사했다. 카이로에서 남서쪽으로 약 400킬로미터를 가다 보면 나타나는 백사막, 바하리야, 나는 이곳 사막에서 별을 헤면서 하루 밤을 지냈다. 신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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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30년 이상 법률가로 살아오면서(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여러 인권분야를 개척해 왔습니다. 인권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인문, 사회, 과학,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의 명저들을 독서해 왔고 틈나는 대로 여행을 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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