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랑진역은 경전선 800리의 출발역이자 모태이다.
김종길
구불구불 느릿느릿... 세상에서 제일 불편하고 가장 느린 기차를 타고 삼랑진역에 도착한 때는 지난 7월 15일 오후 1시 45분. 삼랑진역은 잿빛이었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퍼부을 것만 같았다.
경전선. 왜 이리 여행자의 마음을 뒤흔드는지 모르겠다. 영남과 호남을 잇는 유일한 철도라서 그럴까. 아니면 버스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달리는 무궁화호 때문일까. 그도 아니라면 2012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역들이 있기 때문일까. 원북역, 평촌역, 진주수목원역, 진성역, 갈촌역, 남문산역, 개양역...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역들이다.
경전선, 추억을 간직한 채 달리다밀양 삼랑진역에서 광주 송정역을 잇는 308.2km의 경전선은 경사가 심하고 곡선이 많다. 열차는 옛 추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달리고 있다. 삼랑진은 경전선의 출발역이면서 그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1903년에 삼랑진과 마산포를 잇는 공사를 시작으로 1905년 마산선이 운행을 시작함으로써 지금의 경전선이 탄생했다. 삼랑진역은 경전선의 요람인 셈이다.
그 후 1922년에 광주 송정과 순천, 1923년에 마산과 진주, 1968년에 진주와 순천을 잇는 경전선이 완성되면서 경전선은 그 이름에 걸맞게 경상도와 전라도를 달리는 기차가 됐다. 300km가 넘는 경전선이 완성되는 데는 6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셈. 1968년까지만 해도 60여 개의 역이 있었다고 하지만, 4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더러 많은 역들이 자취를 감췄다.
경부선과 경전선이 만나는 삼랑진역은 부산과 대구의 중간에 있다. 하루에도 수십여 대의 기차가 지나간다. 이곳을 밀양 철도 교통의 요충지라고 애써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