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8호인 사천왕사터가 폐허처럼 남아 있다.
정만진
하지만 밤하늘의 달까지 멈추게 했던 월명사도 천상의 세계로 떠나가는 누이를 붙잡지는 못했다. 그는 다만 노래(歌)를 남겨 누이(妹)의 죽음(亡)을 애도하면서(祭)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충담사의 <찬기파랑가>와 더불어 향가 최고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제망매가>를 읽어본다.
삶과 죽음의 길이 여기 있으매 머뭇거리고나는 간다 말도 못 다 이르고 가는가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여기저기 떨어지는 나뭇잎같이한 가지에서 나고도가는 곳을 모르는구나아아 미타찰에서 만나볼 나는도를 닦으며 기다리련다 본래 인간 세상에는 '삶과 죽음의 길'이, 지금 이 시각이기도 하고 현재 이곳이기도 한 '여기'에 함께 있다. 살아있는 이도 언젠가는 죽고, 그것도 언제 죽을는지 모른다. 나도 그렇고, 내 옆의 사람도 그렇다. 모두가 불안감에 싸여 '머뭇거리며' 살아간다.
게다가 누이는 갑자기 죽었다. '이른 바람에'는 누이가 어리거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삼국유사도 월명사가 '일찍이'(嘗) '누이를 위해 제사 지내고 노래를 지었다'(爲亡妹營齋作鄕歌)고 기록하고 있다. 그렇게 천명을 누리지 못하고 이승을 떠난 누이였으니 '나는 간다'는 말도 남기지 못했다. 당연히 월명사는 더욱 슬펐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월명사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누이가 먼저 죽어 떠나가는데도 어디로 가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평범한 사람도 아니고, 피리를 불어 달까지 멈추게 하는 월명사였지만, '아아' 탄식을 내뱉는 도리뿐이었다. 월명사는 '도를 닦으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