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단, 반올림, 발암물질 없는 사회만들기 국민행동 주최로 '삼성 백혈병·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린 가운데, 심상정 의원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거론하던 중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권우성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그다. 웬만해선 눈물 비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올해만 벌써 두번째 눈물을 보였다. 중앙위 폭력사태 후,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나던 지난 5월이 첫번째다. 제명안이 부결된 날이 두번째다.
지난 26일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를 개최한 심 원내대표는 피해자 가족들 앞에 서 "세계 초일류 기업에 다닌다는 벅찬 기쁨과 자부심은 오간데 없이 꿈과 청춘, 사랑하는 딸·아들, 아내·남편을 빼앗기고 절망의 나날 보내고 계셨던 가족분들께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한 숨을 크게 쉰 후 다시 입을 뗀 그는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겨우 말을 마칠 수 있었다.
심 원내대표는 증언대회에서 울먹거렸지만, 제명안 부결 결과에는 울지 않았다. "의총을 마치고는 너무나 아득하고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회상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눈물을 보이지는 않은 것.
앞서 흘린 눈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였을까. 지난 5월 14일 공동대표직에 물러나던 그 때 심 원내대표는 "우리가 갖고 있던 낡은 것, 왜곡된 것, 부끄러운 것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국민들께 드러낼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은 새로운 진보정치를 위한 소중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진보정치에 기대는 수많은 노동자와 농민과 서민들의 바람을 두고 우리는 실패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 쓰러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 지은 바 있다.
그러나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이행되지 못했다. 심 원내대표는 "어제 의총은 당의 새로운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며 "통합진보당이 혁신의 길을 계속 갈 수 있을까, 숙고하겠다"고 말했다.
세 의원의 각기 다른 의미의 눈물이 뒤섞였던 지난 26일 이후, 당 대표조차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할 정도로 당은 표류하고 있다. 모두 '생각 중'이지만 뾰족하게 떠오르는 방책이 없다. 현재로서는 분당, 탈당, 소멸, 봉합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통합진보당은, 세 여성의 눈물에 담긴 마음 중 어떤 마음을 담아 나아가야 할까. 한 눈물에서는 '개인'이, 다른 눈물에서는 '조직'이, 또 다른 눈물에서는 '타인'이 배어 있었다. '진보'를 표방하는 통합진보당에 어떤 마음을 담을지, 그 결정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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