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SBS
한밤중에 연못에 빠져 죽은 아내의 사망 원인을 조사하다가 괴한들에게 쫓겨 절벽 밑으로 떨어진 조선 왕세자 이각(박유천 분). 이각이 측근 3인방과 함께 대한민국 서울의 옥탑방에 떨어진 뒤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별세계에 떨어진 이각과 3인방에게 당혹스러운 것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서울 시민들의 표정이다. 시민들은 사극 탤런트나 정신병원 탈출자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들과 최초로 조우한 옥탑방 주인 박하(한지민 분)는 "궁으로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들을 트럭에 태워 창덕궁에 실어다 주었다. 하지만, 입장권을 끊지 않고 뛰어 들어가는 바람에 이들은 도로 쫓겨나고 말았다.
박하는 처음에는 이들을 경복궁에 데려다 주려 했다. 그런데 조수석에 앉은 이각이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이미 불타버렸거늘, 네가 나를 속이려 하느냐?"고 호통 치자, 박하는 "(정신병자들이) 역사고증까지 다 했느냐?"며 할 수 없이 핸들을 돌렸다. 그래서 창덕궁에 갔다가 쫓겨난 것이다.
도저히 궁궐에 들어갈 길이 없어서 옥탑방으로 돌아와 이것저것 심부름을 해주며 하루하루를 당혹감 속에 연명하고 있는 이각과 3인방. 다행히 이들에게 당혹스럽지 않은 한 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음식문화다.
물론 배고파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들은 21세기 음식에 신속히 적응했다. 케첩 찍찍 뿌린 오므라이스도 뚝딱, 젓가락 비비고 뚜껑 접어 먹는 컵라면도 뚝딱이다. 무사가 활 쏘는 장면에 놀라 텔레비전을 부술 정도로 21세기 문명을 낯설어하면서도, 유독 음식문화에 대해서만큼은 꽤나 신속히 '연착륙'했다.
임진왜란(1592~1599년) 때 경복궁이 불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데서 드러나듯이, 왕세자 일행은 조선시대 후기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대화 내용을 볼 때, 이들은 17세기나 18세기 사람들이다.
만약 이들이 16세기 이전에 태어났다면, 21세기 음식에 좀 더디게 적응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태어나기 이전인 16세기에 세계 음식문화에 혁명적 변화가 발생했고, 그때 새로 생긴 음식문화의 기조가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21세기 음식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조선 후기 음식문화와 현대 음식문화에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16세기 이전의 음식문화는 그 이후의 음식문화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16세기 이전에 태어났다면 현대 음식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옥수수, 감자, 고구마...16세기 이전에는 아메리카에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