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곽봉희 할머니와 인터뷰하고 있는 PD
최성규
"방송국서 나오는데 환자 없음 안 돼지. 오후에 또 올게"
오랜 단골 조점심 할머니가 오셨다. 동갑내기 친구인 곽봉희 할머니도 오셨다. 최근 눈이 안 좋아져서 두문불출 집 안에만 있던 분이다. 친구의 권유에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최근 높은 출석률을 보이는 정애순 할머니도 발도장을 찍었다. 방송국 사람들이 늦어진다는 말에 같이 걱정해주었다. 방송국에서 손님이 오는데 환자가 뜸하면 안 된다며 오후에 한 번 더 오겠다는 적극적인 제안까지. 오후에는 진료비를 받지 않겠다는 제안으로 화답했다.
점심 전에 촬영팀이 도착해서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PD, 촬영감독, 보조, 기사분이 자리를 잡았다. 평소 하던 대로 하라는 주문이 쉽게 들리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빤히 쳐다보는 네 명의 시선은 부담스러웠다. 뻣뻣한 나에 비해 담담하기까지 한 어르신들. 촬영 감독님의 말을 들어보니, 시골에 계신 분들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에 촬영을 나갔는데, 큰 ENG 카메라를 보고는 '측량하러 나오셨소?'라고 물어볼 정도였단다.
환자분과의 대화, 새로 오신 어르신 얼굴 촬영, 진료기록부에 기록, 침 놓는 모습 등 일거수일투족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디스크에 저장되었다. 중간 중간 PD의 질문에 내가 대답하는 식으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침상 위에 계신 분들도 인터뷰 요청을 받는다. 객관적이고 집요한 제3자의 시선이 그들을 향한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치료 실력은 어떤지, 이제 곧 떠난다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지 말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남양에 더 있으라는 말을 들은 PD가 질문을 했다.
"어머니가 가지 말라는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음…. 어머니도 같이 가입시다."농담으로 응수했지만, 마음이 약간 젖어올랐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단어를 속으로 뇌까렸다. 전적으로 믿기는 힘들다. 만나서 헤어지는 경우는 많지만,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는 어렵다. 마음의 동요를 막기 위한 자기 암시.
"가지 말라" 한마디에 마음은 젖어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