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놀이터가 있는 어린이집(자료사진)
이정환
몇 달 전 경제 강의를 듣고 다시 한 번 가계부를 쓰기에 도전한 임태희(가명, 38세, 기혼)씨는 역시나 괜한 짓을 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실제로 지출 내역을 모조리 기입해 보고 결산해 보니,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재확인해 봐야 할 만큼 적자 폭이 컸다. 빠듯한 살림일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적자가 나고 있을 줄이야…. 숫자로 확인된 적자 폭은 안 그래도 심란한 태희씨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내가 이래서 가계부 안 쓰려던 거였는데…. 꼭 필요한 데만 쓰고 어디 함부로 쓴 데가 없어서 적어봐야 속만 상하고 지출을 줄일 수는 없고…. 날더러 어쩌란 말인가요."
태희씨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 된 딸과 7살된 아들 2남매를 키우고 있다. 두 아이의 교육비가 점점 늘어가는 추세라 당장 돈벌이를 시작해야 하나 싶지만 아이들 맡길 만한 데가 마땅치 않아 일 나가는 것을 망설이고만 있던 터였다. 그렇다고 쓰는 돈을 줄이자니 어디에서부터 얼마나 줄여야 할지도 막막하다.
200만 원이 조금 넘는 남편의 수입, 그중 각종 공과금과 자동이체 결제대금, 대출이자 등으로 매월 따박따박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을 제외하면 태희씨가 그나마 만질 수 있는 돈은 80여만 원 남짓이다. 이중 순수하게 식생활비로만 나가는 돈이 40만 원 정도. 하지만 정작 태희씨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비용은 갈수록 늘어가는 교육비다.
최근 보육비지원확대정책에 따라 태희씨 역시 일정 금액의 교육비를 지원받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첫째 아이의 경우 방과 후 보육료로 약 9만 원 정도 지원받고,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둘째 아이의 경우도 유치원 다니는 비용 중 약 18만 원 가까이를 지원받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던 바다.
그러나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지원되는 금액 외에 두 아이들에게 46만 원이라는 금액이 교육비 명목으로 매월 지출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첫째 딸 피아노학원, 영어학원과 둘째 아들 태권도학원, 방문학습지 비용이었다. 지원금 27만 원까지 생각하면 두 아이들에게 73만원이라는 돈이 매달 교육비로 나가는 셈이다. 학기당 재료비나 기타 준비물로 들어가는 비용들은 포함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교육비가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이들 대학 보내려면 지금부터 한 아이당 30만 원 이상은 매달 저축해야 하더라구요. 지금 현재 교육비 들어가는 것도 벅찬데 도대체 어떻게 추가로 한 아이당 그만큼의 돈을 저축할 수 있냐는 거죠." 대학 등록금만큼 들어가는 취학 전 교육비
언젠가 동창회 때 만난 대학 후배가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3학년생과 취학을 앞둔 7세 유치원생 두 자녀를 두고 있는 후배였다.
"지금까지 보육시설에 제 두 아이를 맡기면서 비용이 얼마나 들었을까 계산을 해봤거든요. 물론 초등학교 들어가지 전까지만요. 놀랍게도 거의 8000만 원을 지출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