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 및 임시의정원 요인 신년 축하모임(1921.1.1). 붉은 원내는 이승만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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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현행 헌법은 이승만 일파도 참가하여 만든 것으로, 그 뿌리는 대한민국 임시헌장(1944년)에 두고 있습니다. 1948년에 제정된 제헌헌법(1948)은 전문, 총강, 국민의 권리와 의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경제, 회계, 헌법 개정 및 부칙 등의 골격이 대한민국 임시헌장과 거의 동일합니다.
또 구체적으로 들어가 내용면에서도 두 헌법은 3.1운동의 독립정신 계승, 민주공화국, 국민주권, 기본권 보장, 권력분립 등에서 거의 일치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정부의 정통성을 담고 있는 현행 대한민국 헌법의 그 근간과 골조가 사실상 임정 시기에 만들어진 셈입니다. 따라서 현행 헌법에서 '임시정부 법통론'을 담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이승만·박정희도 손대지 않은 '임시정부 법통론'제헌헌법이 제정된 지 63년이 흘렀고, 그간 수차례 개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승만의 '사사오입개헌' 때도, 박정희의 '3선 개헌' 때도 손대지 않은 것이 바로 '임시정부 법통론', 즉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것입니다. 역대 어느 정치지도자들도 이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또 한국인 대다수가 이에 대해 이견이 없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대한민국 법통의 주체로 임시정부 대신 유엔, 즉 미국을 세우자는 것은 대체 무슨 연유에서인가요? 임시정부를 대한민국 법통의 주체로 세우기에 부적합한 무슨 중대한 사안이라도 발견된 것일까요? 한마디로 이들은 대한민국의 법통과 역사를 미국 동아시아사(史)로 대체하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국체(國體)의 뿌리를 뒤흔드는 '헌법위반 행위'입니다.
한국이 해방과 1948년 정부수립 과정에서 유엔의 도움을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족된 유엔은 세계평화 유지를 목적으로 결성됐으며, 당시 유엔이 한국을 도운 것은 설립 목적의 일환이었습니다. 당시 유엔의 도움으로 독립한 신생국가들이 한국 이외에도 수없이 많았지만 건국의 주체 가운데 하나를 유엔이라고 쓰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 군데도 없습니다. 유엔은 회원국들의 가입대상이자 협력대상이지 신봉과 종속의 대상은 아닌 것입니다.
유엔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마땅하지도 않을 뿐더러 주권국가 국민으로서의 처신과는 더더욱 거리가 먼 것입니다. 문득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에 선출된 이승만이 국제연맹에 위임통치를 청원했다가 1925년 탄핵된 사례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이광수, 최남선, 현영섭의 행위보다 더 추악한 반민족 행각이제 긴 글을 끝맺고자 합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을 전후하여 한국사회에 등장한 이른바 '뉴라이트그룹'은 정치적으로는 극우, 경제적으로는 자유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과거 일제 식민지배와 미국의 패권주의를 찬양·신봉하고 있는데 골간은 일본의 극우세력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한국인들의 자주·민족적 역량을 헤아리기보다는 일제 침략사관의 포로가 된 나머지 친일파 변호 등 역사왜곡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독립투쟁가와 임시정부 폄훼, 이승만·박정희 등 독재자 찬양·미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마침내는 역사교과서 개악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이들의 행위는 일제 때 창씨개명을 앞장서서 선전했던 춘원 이광수, 조선인 학도들에게 학병 나가라고 권유했던 육당 최남선, '조선어 전폐론'을 주장했던 현영섭, '일본인이 되지 못하면 죽음을 달라'던 이영근보다 더 추악한 반민족 행각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