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수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학부모 모임 대표
김시연
학부모 모임은 지난 4월 21일 '등록금 걱정에 잠 못 이루는 학부모' 10여 명이 참여연대 1층 카페에 모이면서 출발했다. 당시 안호덕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쓴 기사(
'7년 뒤 두 아이 대학 등록금 1억2천만원?')가 결정적 계기였다.
등록금이 매년 5% 정도 오른다고 가정하고 현재 초등학생인 두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는 시점의 4년 등록금을 계산해 봤더니 1인당 6000만 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오자 비슷한 처지의 학부모들이 큰 충격에 받은 것이다. 안호덕 시민기자 역시 이 모임에 참여해 현재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이후 지난 5월 4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있는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연 반값등록금 촉구 집회를 시작으로 등록금넷, 대학생들과 함께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등록금을 걱정하는 학부모 모임' 인터넷
카페에는 8일 현재 학부모 50여 명이 동참했다.
"처음엔 1인 시위에 대학생들과 결합하자는 정도였는데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반값 등록금' 발언으로 일이 커졌어요. 아쉬운 건 아직 학부모 참여도가 떨어져요. 학자금 대출 때문에 피해 본 학부모들은 많은데 생업이나 자식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나서기가 쉽지 않아요. 일단 10일 촛불 집회에 가능한 많은 학부모들이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어요. 오늘도 50명에게 전화 돌렸어요.""등록금은 7배 올랐는데 과외 수입은 제 자리"인터뷰 도중 한 일간지 기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등록금 관련된 절절한 사연을 가진 학부모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정씨 입에선 첫째가 대학에 들어간 쌍둥이 아빠, 아직 대학생은 아니지만 자녀를 넷이나 둔 부모, 등록금 때문에 대출을 많이 받았는데 둘째 입학 시점이 되자 첫째를 학비가 싼 태국으로 유학시킨 학부모 등 후보가 줄줄이 이어졌다.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는 자녀 이름으로 대출 받아야 하는데 어차피 연대 보증인으로 부모를 세워야 해요. 3개월만 연체해도 자녀가 신용불량자가 되는데 그럴 바에야 부모 이름으로 대출받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요. 한 학기는 자녀 이름을 대출하고 다음 학기는 부모가 따로 대출받기도 하고."실제 이날 국회 대정부질의에선 대학생과 대학원생 학자금 대출자 가운데 신용불량자가 3만 명에 이른다는 자료가 공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실 87년까지 대학에서 '등투(등록금 투쟁)' 안 했어요. 그런데 88년 올림픽 이후 물가가 오르고 등록금 인상률도 높아지면서 등록금 투쟁이 시작된 거죠. 85년까지만 해도 사립대 한 학기 등록금이 60만 원 정도였는데 당시 대학생 과외비가 과목당 15-20만 원 정도여서 2-3개만 해도 대학생 스스로 학비를 해결할 수 있었거든요. 지금은 그때보다 등록금은 7배가 올랐는데 과외비는 20-30만 원 수준으로 1.5배 정도 올라 겨우 생활비 버는 수준이에요."2011년 현재 사립대 등록금은 1년 평균 767만7000원, 국공립대도 425만6000원에 이른다. 웬만한 직장인 두세 달 월급으론 어림없는 데다 대학생 자녀가 둘 이상이면 대출은 불가피하다. 어쩌다 등록금이 학부모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을까.
"대학 진학률이 80년대 중반만 해도 25%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82% 수준으로 올랐어요. 예전에는 대학 안 가는 자녀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자녀가 대학을 가는 셈이죠. 특히 김영삼 정부 이후 사립대 등록금을 자율화하면서 과도하게 오른 데다 요즘 청년 실업과도 연결돼요. 대학생 300만 명이 넘었는데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등록금 마련하려 휴학하면서 6-7년 다니다 졸업하는 게 대세에요. 그만큼 가계 부담도 높아진 거죠.""반값등록금 해결되면 교육개혁-양극화 문제도 풀려"'반값 등록금'엔 진보 보수를 떠나 찬반양론이 뜨겁다. 진보세력 가운데도 대학 서열화, 대학 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국민 세금을 대학에 쏟아 붓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취학 전 아동 의무교육, 고교 의무교육, 그 다음이 대학이지만 지금은 선후를 따지기 앞서 사람들 피부에 와 닿고 출혈이 가장 큰 등록금 문제가 먼저 폭발한 거예요." "대학 서열화 문제와 입시 문제는 더 근본적인 문제고 등록금은 서민 대중 문제에요. 지금 대중적 관심사로 떠오른 등록금 문제를 풀면 여러 문제가 꼬리를 물고 나올 거예요. 국가가 대학을 통해 등록금을 지원하면 사립대 재정 문제에 간섭할 수 있게 되고 대학 재정을 건전화시켜 등록금을 더 낮출 수도 있어요."정 대표는 '반값 등록금'이 하나의 상징이 돼 대학뿐 아니라 전반적 교육 개혁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사회 양극화 해소와 사회-경제 민주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값 등록금을 계기로 먼저 대학 교육을 개혁해야 해요. 반값 등록금 공약이 사학법 개정을 반대했던 한나라당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것도 더 의미가 있죠. 80년대 '호헌철폐 독재타도'가 '직선제' 논쟁으로 전환해 성공했듯이 대학 교육과 양극화 문제도 '반값 등록금'으로 풀어야 해요.""20대가 문제 제기하고 나선 것도 바람직해요. 이번 일을 계기로 20대 자식 세대와 부모 세대 간에 대화 통로가 생겼어요. 중요 선거 국면에서 486세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그 자녀들이 투표권을 갖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요. 적어도 다음 선거에선 큰 영향력을 가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