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손학규 당선자가 27일 오후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왼쪽)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27일 오후 선거사무실에서 운동원들을 위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유성호·권우성
'재보선은 집권당의 무덤'이라는 선거 공식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야당이 승리했고, 집권여당은 패배했다. 국회의원 3석과 광역단체장 1석 및 기초단체장 6석이 걸린 선거에서 집권여당은 국회 의석 1석과 기초단체장 2석을 건졌을 뿐이다.
내역을 톺아보면, 손학규(민주당)와 이정희(민주노동당)가 이겼고 이명박과 한나라당, 그리고 유시민(국민참여당)이 졌다. 승패의 주체로 당이 아닌 인물을 앞세운 것은 이번 4·27 재보선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예비선거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만 인물 대신 당을 내세운 것은 '행불 상수'나 '보온 상수'로 통한 안상수 대표의 리더십이 선거 전에 이미 바닥을 보였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잠재적 대권 후보도 아니다. 반면에 손학규와 이정희 그리고 유시민은 본인의 권력의지와 상관없이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힌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안상수의 패배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패배다.
4·27 재보선의 상징적 메시지 세 가지이번 선거는 세 가지의 상징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첫 번째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다. 집권당이 전통적으로 여권의 표밭이었던 성남 분당을과 강원도에서 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중에서도 특히 '천당 아래 분당'에서 패배한 것은 집권당에 충격적이다.
분당을 선거구는 선거법 위반이나 비리가 아니라 여당 의원이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옮기면서 생긴 궐석 선거였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강재섭 후보를 적극적으로 밀었고, 안상수 대표도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강 후보를 반대했던 홍준표 최고위원까지 지원유세에 가세했다. 사실상 한나라당 의원 전원이 분당을에 매달렸다.
그러나 결과는 패배였다. 분당을은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71%의 몰표를 몰아준 곳이다. 강원도는 엄기영 후보가 최문순 후보를 20%p나 앞서다가 지난번 선거처럼 또 뒤집혔다. 두 곳에서의 패배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수도권과 중부권의 참패를 예고하는 것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에 휩싸이게 되었다. 임태희 실장과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의 거취 표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분당을 패배로 한나라당은 분당(分黨)의 위기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이 "분당을에서 지면 한나라당은 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두 번째는 무기력했던 야권이 2012년에 정권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희망과 야권통합-연대의 메시지다.
이번 4·27 재보선은 애당초 손학규와 유시민을 위한 선거였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두 번째로 당 대표를 맡았지만 대선주자로서의 지지율은 늘 한자릿수를 넘지 못했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다를 바 없는 그로서는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는 잃을 게 없는 손학규는 한나라당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분당을에서 승리함으로써 야권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굳히게 되었다.
손학규와 유시민의 엇갈린 행보지난 2월 15일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를 처음으로 공론화한 것은 <오마이뉴스>였다.
"제1야당 대표인 그가 지금 '유시민 지지율'의 벽을 넘지 못하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경쟁자들에게 먹히는 것 시간 문제다. 이명박과의 대결에서 시간은 손학규의 편이지만, 다른 경쟁자들과의 대결에서 시간은 손학규의 편이 아니다. 연말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까지 기다려줄 만큼 너그러운 경쟁자는 민주당에 없다. 존재감을 상실한 그로서는 돌파구를 만들어서라도 현재의 국면을 돌파해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그 앞에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4·27 재보선이 놓여 있다.더구나 민주당 표적집단면접(FGI) 조사에서도 여야 지지성향과 상관없이 유권자들이 '거물'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에서도 강재섭 전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빅 매치'의 가능성은 그만큼 크다. 지금은 민주당이 강금실, 신경민, 조국 등을 내세워 '간'을 볼 때가 아니다. 지금은 정면승부할 때다. 그것이 손학규의 운명이다." .('거적때기'는 식상하다... '빅매치' 원하는 분당)
손학규 대표가 '사지'에 몸을 던져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야권 승리를 일궈낸 것은 '노무현 정신'을 실천해 민주당의 정통성을 잇는 것이다. 손 대표는 또 당내의 반발 속에서 '통 큰 연대'라는 말로 순천 무공천론을 밀어붙여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강조했던 야권 공동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래서 '시베리아'에서 일궈낸 손학규의 분당을 승리는 강재섭을 넘어 이명박과의 대결에서 이긴 것이다.
유시민의 힘의 한계, 민주당과의 통합 압력 가중시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