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가지고 있는 현대 V카드.
현대카드
앞서 말한 것처럼 난 현대카드 고객이다. 그것도 우수회원이다. 작년 말 소득공제 서류를 보니, 현대 V카드 하나로 743만9008원을 사용했다. 지난 1년 동안 거의 매달 60만 원 넘게 카드를 쓴 셈이다. 올 3월까지 123만 원 정도 썼다. 카드회사에선, 카드 한도까지 1000만 원 넘게 올려놨다.
현대카드를 쓴 이유는 딱히 없다. 내가 주로 쓰는 용도에 맞게 설계돼 있다 보니, 편했다. 물론 그만큼 할인 등의 혜택도 있었다. 다른 카드사보다 연회비는 높았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이득을 봤으니 계속 카드를 써 왔다.
하지만, 동생처럼 나도 현대카드를 해지하기로 했다.
얼마나 고객 돈을 허투루 알았으면...왜냐면 이번 해킹사고를 처리하는 회사의 태도를 보고 내린 생각이다. 한 마디로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생명은 '신뢰'다. 우리는 자기 돈을 아무에게나 그냥 맡기지 않는다. 은행이든, 보험사든, 금융기관이니까 맡긴다.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금융기관 설립에 엄격한 법 잣대를 적용하는 것도 '신뢰' 때문이다.
자산 200조 원에 무려 3000만 명의 고객을 거느린 4대 금융기관이라 불리는 농협 사건은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무려 4일 동안 금융거래가 마비되는 상황에서도, 농협은 제대로 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농협 회장이라는 사람은 기자회견에 나서 "죄송하다"고 머리만 숙였을 뿐이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잘못돼서, 앞으로 하겠다는 이야기를 속 시원히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아래 직원이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최원병 회장의 말에선, 그의 금융회사 CEO로서의 자질마저 의심스럽게 한다.
완전한 복구가 계속 지연되면서, 고객들의 신용정보마저 어떻게 될지 모를 처지가 됐다. 한마디로 금융기관으로서 농협의 신뢰도는 완전히 땅에 떨어졌다.
1000만 명에 달하는 카드 고객의 각종 주요 신상정보를 다루는 현대캐피탈 CEO 역시 마찬가지다. 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사장도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부족하다. 그 회사는 해커들의 협박에 못 이겨 뒤늦게 경찰에 신고하고, 언론에 공개할 정도였다. 고객정보 유출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지에 대한 고민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정태영 사장은 2003년부터 CEO를 맡았다. 국내 카드사 CEO 중 가장 오래 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이면서, 사실상 국내 자동차 시장의 독점적 위치에 있는 현대차의 후광을 입고 성장해왔다. 카드사 성장에만 급급한 나머지, 보안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이번 농협과 현대캐피탈 사태로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가 얼마나, 어떻게 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검찰, 금감원, 한국은행까지 나서 조사를 한다고 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일부 소비자단체에선 소송 등도 검토하고 있는 듯하다.
이에 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이들 회사들과 거래를 하지 않으면 된다. 물론 농협과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을 수도 있다. 신뢰와 신용을 잃은 금융회사에 우리의 피 같은 돈을 더이상 맡기거나, 쓰도록 할 수 없다. 그래서 난 현대카드를 해지한다.
덧붙이는 글 | 현대카드 해지방법은, 1577-6000번으로 전화를 하면된다. 개인 회원은 주민번호 등을 입력한 후, 8번을 눌러 해지신청을 하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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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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