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천리 고갯길어지간한 오르막길은 이제 아무렇지 않게 오를 수 있건만, 너무나 오랜만에 자전거를 탄 탓도 있겠지만, 봄철 같지 않은 추운 날씨에 맞바람과 싸우면서 먼길을 달려와 고갯길을 오르기가 쉽지 않았답니다.
손현희
잠깐 쉬었다가 이내 또 자전거에 올라탔어요. 아직 갈 길이 머니까 부지런히 밟아야 합니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가는 내내 맞바람입니다. 차가운 공기는 말할 것도 없고 바람까지 안고 가려니 참으로 죽을 맛입니다. 해는 떴는데도 따뜻해지려면 아직 멀었나 봅니다. 길 가에 드문드문 노란 빛깔이 감도는 산수유꽃도 만납니다. 그런데 불안합니다. 이제 겨우 꽃망울이 움튼 정도랍니다. 이거 참말로 아까 얘기한 대로 꽃잔치에 가서 꽃구경도 못하고 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금성군 대리리 '조문국' 경덕왕릉에 닿으니, 날씨가 조금 누그러졌어요. 햇살이 차츰 따뜻해집니다. 사곡면 화전리까지 가려면 한참을 더 가야 합니다. 고개도 하나 넘어야하고 힘든 길이지만, 덜 추우니까 더욱 힘을 내어 부지런히 달려갑니다.
사곡면 화전리,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곡면 화전리, 마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꽃이 많이 피는 마을인가 봅니다. 들머리에 들어서니 길가에 심어놓은 나무들도 모두 산수유네요. 아직 꽃망울만 달고 옅은 노랑빛깔 만이 산수유라는 걸 겨우 알 수 있을 듯했어요. 올해로 네 번째 치르는 꽃 잔치라고 하는데, 이 마을의 특성을 살려서 가로수로 심었나 봅니다.
행사장에 다다르니, 갓길에 한 줄로 길게 늘어선 차들이 먼저 반깁니다. 무려 65km나 되는 먼 길을 추위와 맞바람을 견디며 달려왔는데, 이렇게 차들이 많은 걸 보니 꽃이 피긴 피었나보다 싶었어요. 지역에서 치르는 '축제'에 그것도 산골짜기 안에 자리 잡은 곳인데도 이처럼 많은 이들이 찾아온 걸 보며 무척 놀랐어요.
의성군에서도 홍보를 꽤나 잘했나봅니다. 우리 구미에서 열리는 이와 비슷한 '축제'도 여러 번 가봤지만 정작 찾아오는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아서 볼 때마다 마음 한 쪽이 늘 씁쓸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