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
- 법률적으로 잘못된 주장이란 말은?"한-EU FTA 15장에 한글본이든 영문본이든 둘 다 정본(正本)이라고 돼 있다. 이번 논란은 영문본과 한글본이 서로 다르게 표기돼서 생긴 문제일 뿐이다."
- 일부에선 영문 협정문이 우선인 것처럼 말한다."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마치 영문본이 진짜라는 시각 자체가 영어패권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송 변호사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그는 "이번 사태는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단순한 영어 단어 번역 문제가 아니라 한글을 기반으로 한 법률생활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는 한글을 기반으로 생활을 하죠. 지금 추진 중인 FTA는 발효되면 법적 효력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마치 영문본이 진짜고, 한글본이 장식용처럼 돼 있다면 그 사회가 제대로 가겠어요? 이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지요."이어 그는 책상 위에 놓여진 협정문을 펼쳐 보였다. 그리고 "변호사인 나도 이 협정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변호사는 "수천 페이지에 걸쳐서 국민들의 일상생활 전반을 뒤흔드는 법 내용을 이렇게 어렵게 번역해 놨다"고 말했다.
- 외교부는 최대한 영문표현을 살려서 번역했다고 하는데."(곧장) 헌법재판소는 일반 시민이나 기업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법은 법이라 할 수 없다는 판례를 내놓고 있다. 명확성의 원칙이다."
- 외교부에서 번역 개선책을 내놨다. 내부 번역 시스템을 개선하고, 외부인사에게 검토를 받겠다고 했는데. "일단 다행이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도 곧 (한-EU FTA) 협정문의 불일치 사례를 모아서 외교부에 접수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사례가 들어간다. 이번엔 제대로 된 한글본을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다."
"한-EU FTA 발효되면, 국회서 통과한 유통-상생법 폐기될 처지"- 솔직히 FTA를 취재하면서도 온갖 어려운 용어로 힘든 적이 많았다."처음부터 잘못됐다. 일반 시민이나 기업들도 잘 모르고, 이를 알려야 할 언론들도 잘 알 수 없는 것을 왜 만드느냐는 것이다."
- FTA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지 않나."그 사람들을 위한 법일 뿐이다. 지금 추진 중인 FTA는 거의 영미법 체계에 따른 것들이다. EU나 미국 등 대기업 쪽 사람들이나, 국내 일부 대기업과 관료들..."
- 여하튼, 한-EU FTA가 4월 국회로 넘어가긴 했는데."지금 현재 상태로선 (국회 비준은) 안 된다."
그는 딱 잘라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불리한 내용이 너무 많다"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법까지 만들었던 골목상권 보호문제. 대형 슈퍼마켓의 잇따른 지역상권 진출로 중소 상인들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자, 이른바 유통법과 상생법을 만들었다.
- 작년에 이들 법을 만들면서, 한-EU FTA 협정문까지 염두에 두지 않았나."국회에 제출된 협정문은 유통-상생법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대로 통과되면 EU 27개 나라의 유통자본이 아무런 제한 없이 한국에 진출할 수 있다."
- 좀 더 구체적으로."(협정문을 펼쳐 보이면서) '서비스 양허표'의 도매, 소매, 프랜차이즈 유통업 항목에다 유통법과 상생법에 따른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반영하지 않았다. 이대로 국회가 비준 동의하면, 국회 스스로 유통법과 상생법을 폐기시키는 꼴이 된다."
송 변호사의 이야기는 거침이 없었다. 다시 그의 말을 옮겨본다.
"게다가 협정문 7조 9항을 보면, 한국 유통업에 진입하고자 하는 단계의 유럽 투자자까지도 보호해주도록 돼 있어요.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협정보다 더 나아간 거예요. 대기업의 대형 슈퍼를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히 지켜주는 겁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서울의 길음시장이든, 돈암시장이든, 재래시장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들 중소상인에 대한 대책이 없으면, 결국 죽으란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U 최대 수출품목인 어묵도 사실상 수출 봉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