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그램의 실험> E는 실험자, T는 선생(피험자), L은 학습자>(그림 제공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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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험의 핵심은 선생역을 맡은 사람의 반응이다. 그는 학습자가 묶여 있는 것을 본 후에 실험실로 들어가서 전기충격기라는 인상적인 기계 앞에 앉는다. 그 기계에는 15볼트에서 450볼트까지 15볼트씩 증가하는 30개의 스위치가 가로로 늘어서 있다. 그리고 각 스위치마다 '약한 충격'에서 '심각한 충격'까지의 범위에 속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선생은 다른 방에 있는 학습자에게 학습 검사를 실시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실험자에게서 듣는다. 선생은 학습자가 올바르게 응답했을 때 다음 항목으로 옮겨가고, 틀린 답을 말할 경우에는 학습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해야 한다. 선생은 가장 낮은 단계(15볼트)에서 시작해서 학습자가 틀릴 때마다 30볼트, 45볼트 등의 순서로 전기충격을 높여야 한다.
이 실험에서 선생만이 진짜 피험자이다. 전기충격을 당하는 학습자는 실제로는 실험자 측의 고용된 연기자다. 실험자는 피험자인 선생에게 점점 더 심한 충격을 학생에게 가하라는 지시를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피험자는 실험자의 지시에 따를 것인가, 따른다면 어느 정도까지 따를 것인가. 또, 거부한다면 어느 시점에서 실험자의 지시를 거부할 것인가.
실험 결과, 그것은 복종의 심리였다독자들은 위 실험에 대해서 어떻게 예측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실험 중에 실험실 밖으로 뛰쳐나갈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밀그램은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많은 이들에게 실험 결과를 예측해 달라고 부탁했다. 많은 사람들이 학습자가 처음으로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을 때 즉각 실험을 포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말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선생'(피험자)들이 실험자의 지시에 따라 조금씩 전기충격을 높여갔다. 밀그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놀라운 것은… 실험자의 지시에 너무나 기꺼이 따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실험의 결과는 놀랍고도 당혹스럽다. 많은 피험자들이 스트레스를 느끼고 실험자에게 항의를 하지만, 상당수의 피험자가 전기충격기의 마지막 단계까지 계속한다." (30쪽)전기충격을 받은 학습자가 아무리 고통스럽게 보여도, 그리고 아무리 풀어달라고 애원해도 많은(약 3분의 2) 피험자들이 실험자의 명령에 따라 전기충격기의 버튼을 누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결과는 후속적인 실험에서도 대부분 동일한 결과를 나타냈다.
이 정도 되면 사람에겐 복종의 심리가 있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 권위가 합리적이든 비합리적이든 간에 이를 따지지 않고 복종한다는 것이다.
복종의 본질은 무엇인가그러면 무엇이 사람을 복종하게 만드는가? 밀그램은 이 실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인간 심리를 설명한다. 잘 들어보면 꽤나 싱거운 이야기다. 그러나 평범함에 진리가 있는 법이다.
"첫째, 피험자를 상황에 묶어두는 '구속요인들'이 있다. 그 요인은 피험자의 공손함이나 실험자를 돕겠다는 처음의 약속을 지키려는 소망, 그러한 약속의 철회가 갖는 어색함 등이다. 둘째, 피험자의 생각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순응적 변화가 권위자에게서 벗어나려는 결심을 방해한다. 그러한 순응은 실험자와 관계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동시에, 실험상의 갈등으로 인한 긴장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32쪽)첫 번째 말은 사람들이 약속을 한 것을 깨기 싫어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약속을 쉽게 파기하는 사람들로 사회가 구성되면 그 사회는 오래 존속할 수 없다. 우리들은 마음속에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라는 주문을 항상 외운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바로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규범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사실 약속을 깨기 어려운 것은 깡패들도 마찬가지다. 깡패들의 의리도 따지고 보면 약속을 지키려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사회에서도 일단 그 구성원이 되면 약속, 곧 의리는 지켜져야 한다. 그것을 깨는 것은 깡패들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두 번째 말은 권위(자)에 대한 순응이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논리이다. 순응은 나로부터의 동기가 아니라 남, 정확히는 권위자의 동기에 나를 맞추는 심리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기고 긴장이 조성된다. 사람들은 그것을 견디지 못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적당히 살자는 생각이 드는 게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그것이 바로 복종의 본질이다. 밀그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실험자가 피험자에게 물 한 컵을 마시라고 지시했다고 가정하자. 이것은 그 피험자가 갈증이 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분명히 그렇지 않은데 그는 단순히 들은 대로 하는 것뿐이다. 행위자의 동기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위계 구조 안에서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동기 체계로부터 시작하는 행동이 복종의 본질이다." (239쪽)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누구라도 거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