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돌목, 진도대교 아래를 빠르게 흘러가는 물살
성낙선
울돌목을 내려다보며 진도대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울돌목을 위엄 있게 내려다보고 있는 충무공 승정공원이 나온다. 이 공원에서 이순신 장군의 생애를 간명하게 정리해 놓은 글을 읽는다. 온갖 차별과 모함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꿋꿋이 걸어간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려 놓았다.
참 모질고 험한 길을 가셨다. 그런데도 전혀 굴함이 없었다. 그처럼 강한 의지와 정신이 있었기에 불멸의 역사를 낳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와 울돌목의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남다르다. 나도 내가 가야 할 길을 꿋꿋이 가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정말 쉽지 않다.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끝없이 흔들린다. 한없이 회의한다. 두 길을 놓고 어느 길이 좀 더 편하고 짧은 길인지를 견주느라 한참 머리를 굴린다. 우스운 일이다. 나름 옳은 판단을 했다고 생각해 놓고도, 나중에는 버려진 다른 길을 가지 않은 걸 후회하기 일쑤니 말이다.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을 내려다보고 있기 망정이지, 만약에 내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면 감히 그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한눈팔고 있을 때 슬금슬금 뒤로 물러난다. 승정공원을 나오자마자 바로 오른쪽 해안 길로 접어든다. 처음부터 너무 겁먹게 만들지 않으려는 심산인지 해안길이 비교적 부드럽게 넘어간다. 해안길로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메밀꽃축제 현장이 나타난다. 축제 기간은 지났지만, 메밀꽃은 여전히 만개한 상태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들판을 하얗게 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