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갯벌 건너 편으로 보이는 변산반도
성낙선
10월 5일(화)
하늘에 구름이 많이 덮여 있다. 그렇지만 비가 올 날씨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날씨가 자전거 타기에는 딱 좋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태양빛에 화상을 입을 우려가 없고 땀조차 잘 흐르지 않는 날씨가 자전거 타는 데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산뜻한 출발이다.
곰소 젓갈단지를 빠져 나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잠시 망설인다.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해안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30번 국도이고, 하나는 해안에 가까운 비포장도로다. 지금까지 비포장도로로 들어섰다가 고생을 한 적이 여러 차례라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에 나타난 비포장도로는 상당 구간 바다를 볼 수 없다. 그럴 바에 차라리 국도를 선택하는 게 낫다.
그렇게 해서 줄포리 해안까지는 30번 국도를 이용하고, 줄포리에서 부안자연생태공원까지는 바닷가 제방 위를 달린다. 부안자연생태공원에 다다랐을 무렵, 느닷없이 가랑비가 내린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하늘이 어느새 검은 구름으로 덮여 있다. 어제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러다 또 폭우가 쏟아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마침 공원 안에 정자가 있어 잠시 몸을 피한다.
종잡기 어려운 게 요즘 날씨다. 일기예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날씨가 예보했던 것과 달리 급변하는 게 기상청의 잘못은 아니다. 그러니 기상청을 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상청 일기예보만 믿고 여행을 다녀야 하는 처지에서는 참 곤란한 지경에 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은 다행히 가랑비에서 그칠 모양이다. 빗방울이 더 이상 굵어지지 않는다. 이런 정도의 비라면, 빗방울이 옷을 적실 정도는 아니다. 몸에서 발생하는 열기와 자전거를 타는 데서 생기는 바람 때문에 빗방울이 옷에 떨어지기 무섭게 말라 버린다. 더 이상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부안자연생태공원은 갈대숲이 무성하다. 내가 이곳을 방문한 걸 어떻게 알았는지 마침 공원 내 스피커에서 40대 정서에 맞는 옛날 가요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늘은 흐리고 갈대숲은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고, 별 생각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마음이 쓸쓸해진다. 가는 비가 내리는 날, 애잔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배추밭이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