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국 국경지대 초소
박도
포브라니치나야 역12:50, 러시아 측 국경 역인 포브라니치나야 역에 도착했다. 승무원은 짐을 모두 가지고 객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가방과 선물보따리, 그리고 노트북 가방 등, 세 개의 짐을 끌거나 들고, 또 어깨에 메고는 플랫폼에 내렸다. 대부분의 승객은 국경역인 이곳에서 내렸고, 나와 한 중국인만 국경을 넘어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가는 승객이었다.
중국인과 나는 역원의 지시에 따라 국경검문소 대기실로 가서 출국 심사를 무작정 기다렸다. 러시아 관리들은 얼마 동안 기다리라는 말도 없었고, 중국인이나 나는 언어가 소통되지 않아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눈치껏 행동하면서 마냥 기다렸다.
중국인은 자기는 하바롭스크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 바로 내가 탄 객차 뒤 칸을 혼자서 타고 온 모양이었다. 그 칸은 승무원 1인에 승객 1인이고, 내가 탄 칸은 승무원 2인에 승객 1인이 타고 온 셈으로, 그동안 러시아나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였다면 경영합리화로 벌써 오래 전에 폐선이 되었을 것이다. 성수기 때는 승객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태라면 아마도 곧 이 노선이 주1회로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질 것이다.
국경지대라 러시아 군경도 눈에 자주 띄어 포브라니치나야 역사나 플랫폼 등을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혹이나 국경법 위반으로 걸리면 그동안 찍은 장면마저 전부 지워야 하거나 카메라를 압수당하는 등에다가 골치 아프게 당국에 연행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몇 해 전에 중국 국경에서 공안에게 걸려 혼나지 않았던가. 대기실 화장실에 갔더니 거기도 사람이 지키며 12 루블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