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동이>.
MBC
양반 중심의 신분제 사회에서 천민 출신이란 핸디캡을 극복하고 정1품 후궁에 오른 최 숙빈(숙빈 최씨, '동이'는 실명 아님)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MBC 드라마 <동이>.
우여곡절을 거쳐 궁녀가 된 주인공 동이(한효주 분)는 2가지 측면에서 요즘 꽤 잘 나가고 있다. 자칫 영구미제가 될 뻔한 사건들을 척척 해결하는 '에이스 감찰궁녀'라는 점이 한 가지고, 지존인 숙종 임금과 흉금을 터놓고 지내는 '신데렐라 후보'라는 점이 나머지 한 가지 측면이다.
드라마 속 동이가 상승무드를 타는 데에는 몇 가지 비결이 있다. 대담성, 판단력, 부지런함, 영리함, 붙임성, 악착같음 등등이다. 동이는 이런 특성들을 발판으로 신분적 제약을 뚫고 숙종의 후궁이 되고 나아가 자기 아들 영조를 '포스트 숙종'으로 키워나가게 될 것이다.
숙종·경종·영조 시대에 생산된 사료들을 볼 때, 실제의 최숙빈도 그런 특성들을 상당 정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드라마 속 동이는 말을 거침없이 잘하는 데에 비해, 실제의 최 숙빈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말을 최대한 아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최 숙빈과 숙종이 만나던, 그 운명적 순간위의 특성들은 '최 숙빈 신화'의 각 단계에서 최숙빈이 각각의 도약을 일궈내는 데에 기여했다. 그중에서도 최 숙빈 신화의 제1막인 숙종과의 첫 만남에서 빛을 발한 특성은 '대담성'이라는 요소였다. 평소에는 과묵하던 최 숙빈의 내면에 잠재된 대담성이 숙종 18년(1892) 어느 날 한밤중에 숙종 임금과 우연히 부딪히면서 그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숙종 18년(1892) 시점은 인현왕후가 죄인이 되어 궐에서 내쫓기고 그 대신 장 희빈이 중전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였다. 처음에 침방나인(바느질 궁녀)으로 근무하던 최 숙빈은 인현왕후의 시녀가 되었다가 왕후가 쫓겨난 뒤로 다시 침방나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요즘 말로 하면, 궐내의 '봉제공장'에서 다시 예전처럼 '미싱'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시리즈의
열 번째 이야기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한밤중에 궁궐을 거닐던 숙종은 조명이 유독 화려한 어느 궁녀의 방에 주목하게 되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숙종이 방안을 몰래 엿보니, 웬 궁녀가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그 앞에 꿇어 앉아 무언가를 기원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숙종은 방문을 열어젖혔고, 그렇게 해서 최 숙빈과 숙종이 조우하게 되었다.
그럼,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숙종이 방문을 열어젖힌 뒤의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을 통해, 우리는 최 숙빈이 그 순간에 얼마나 대담성을 발휘했는지를 알 수 있다.
방문을 열어젖힌 숙종은 "너 지금 뭐하냐?"고 물었다. 당시의 정황을 다룬 이문정의 <수문록>에서는 "선대왕(先大王, 숙종)이 매우 이상히 여겨 그 문을 열고 연유를 물어보았다"고 기록했다.
왕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최 숙빈의 '대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