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방당하르방당
김강임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 몸과 마음 움츠려 들어
주봉을 내려와 마주친 '하르방당', 하르방 당을 지나칠때 온몸이 섬뜩했다.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더욱이 이곳은 제주도말로 오시록한 곳에 자리잡아 더욱 움츠려들게 만들었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마음을 가다듬게 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제주를 일컬어 '절 오백 당 오백이다'라고 한다, 그만큼 제주에는 '절'과 '당'이 많다는 말이다. 제주에서 길을 걷다보면 오름과 바다, 들녘에서 자주 만나는 것이 바로 절집과 당이다.더욱이 옛부터 신성시되는 곳이 바로 당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당 앞을 지나갈 때나 절집 사천왕 문 앞을 들어가노라면 왜 그렇게 몸과 마음이 움츠려 드는 것일까.
제주에서 당은 고목이나 궤, 큰 바위를 주체로 성스러운 장소다. 고내봉 하르방당은 큰 나무와 큰 바위가 공존하고 있었다. 돌이나 나무 자체를 신앙시하는 풍속은 아마 내 모태신앙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어머니께서도 길을 걷다 돌무덤을 만나면 돌탑에 돌을 쌓으면 소원을 빌지 않았던가? 나무와 돌에 생명이 있다고 믿어 왔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