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올레길 옆 공동묘지
김강임
죽어서도 차별받는 장묘문화11코스를 거꾸로 걷다보니 모슬봉 하산길이 등반로 입산길이 되었다. 그 길은 무척 가파른 오르막길이었다. 짧은 겨울해가 모슬봉 봉우리에 서 있었다. 봉긋봉긋 솟아있는 묘지는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공동묘지 단지'라는 말이 생각났다.
모슬봉 오르막길 왼쪽은 무연묘지가 오른쪽에는 가족묘지가 들어섰다. 하지만 무연묘지의 크기는 작고 협소했다. 반면 가족묘지는 크고 웅장했으며 제법 그럴싸한 비석까지 세워져 있었다. 조그만 푯말이 죽은 자의 생을 말해주는 묘지도 있었다.
올록볼록 솟아 있는 묘지의 모습이 마치 제주 오름 같았다. 묘지의 모양에 따라 죽어서도 빈부의 차이를 느끼게 하다니. 안타까웠다. 크고 작은 묘지는 대정고을을 바라보며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왜 그리도 평화로울까? 어릴 때 내가 생각했던 공동묘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풍경이랄까. 묵묵히 걷는 올레꾼들은 이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