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56) 가시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780] '가시화되는 비일비재한 경범죄' 다듬기

등록 2009.10.20 17:58수정 2009.10.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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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화되는 비일비재한 경범죄

 

.. 자전거 절도란 도덕 불감증과 안이한 소유 의식이 결합될 때 가시화되는 가장 비일비재한 경범죄 중 하나다 ..  《윤준호,반이정,지음,차우진,임익종,박지훈,서도은,조약골,김하림-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지성사,2009) 53쪽

 

 "자전거 절도(竊盜)란"은 "자전거 훔치기란"으로 다듬고, "도덕 불감증(不感症)과"는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나 "도덕이 무디어지고"로 다듬으며, "안이(安易)한 소유(所有) 의식(意識)이 결합(結合)될"은 "섣불리 남의 것을 갖고자 할"이나 "다른 사람 것을 가지려는 옳지 못한 생각이 뭉칠"이나 "내 배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이 만날"로 다듬어 봅니다. '비일비재(非一非再)한'은 '흔한'으로 손질하고, "경범죄(輕-) 중(中) 하나"는 "가벼운 범죄 가운데 하나"로 손질합니다.

 

 ┌ 가시화(可視化) : 어떤 현상이 실제로 드러남

 │   - 대선 후보의 조기 가시화가 선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

 │     대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가시화되기 시작 /

 │     우리의 계획을 가시화할 수 있는 / 두 나라의 수교가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

 ├ 가시화되는

 │→ 드러나는

 │→ 나타나는

 │→ 보여지는

 │→ 생기는

 │→ 이루어지는

 └ …

 

 알맞게 보이도록 쓰는 글입니다. 올바로 느끼도록 하는 말입니다. 제대로 알아채도록 쓰는 글입니다. 차근차근 알려주도록 하는 말입니다.

 

 글을 가르칠 때에는 내 뜻과 마음과 생각과 넋과 얼이 모두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쓸 수 있게 가르쳐야 알맞습니다. 말을 가르칠 때에는 내 사랑과 믿음과 꿈과 눈물과 웃음이 모조리 차근차근 나타나도록 목소리에 담게끔 가르쳐야 올바릅니다.

 

 어영부영 쓰는 글이 아닙니다. 대충대충 하는 말이 아닙니다. 어설피 써도 괜찮은 글이 아닙니다. 함부로 해도 괜찮은 말이 아닙니다.

 

 언제나 온마음 다해서 쓸 글입니다. 늘 온힘 바쳐 할 말입니다. 한결같이 온땀 들이는 글입니다. 노상 온삶 녹여내어 펼치는 말입니다.

 

 ┌ 대선 후보의 조기 가시화가

 │→ 대통령 후보를 일찍 뽑는 일이

 │→ 대통령 후보를 일찌감치 가리면

 ├ 대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가시화되기 시작한다

 │→ 대기업들이 중국으로 뻗어나가는 일이 눈에 뜨이고 있다

 │→ 대기업들이 중국으로 하나둘 나아가고 있다

 └ …

 

 우리는 말 한 마디에 우리 모든 삶결을 담아내어 들려줍니다. 우리는 글 한 줄에 우리 모든 삶마디를 실어내어 보여줍니다. 잘 보이도록, 잘 알아보도록, 잘 알아채도록, 잘 알아듣도록 애쓸 말하기요 글쓰기입니다. 잘 느끼도록 할 말이요 글입니다. 굳이 도드라지게 쓸 글은 아니지만, 따로 돋보이도록 할 말은 아니지만, 나다움과 내 넋과 내 땀을 송글송글 맺어 놓을 말이며 글이 되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 우리의 계획을 가시화할 수 있는

 │→ 우리 꿈을 보여줄 수 있는

 │→ 우리 생각을 드러내게 할 수 있는

 │→ 우리가 하려는 일을 알릴 수 있는

 ├ 두 나라의 수교가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 두 나라가 곧 수교를 맺을 듯하다

 │→ 두 나라가 곧 어깨동무를 할 듯하다

 │→ 두 나라가 곧 손을 잡을 듯하다

 └ …

 

 누가 하는 말이든 말마디를 들으면 말하는 이 마음결을 느낍니다. 누가 쓰는 글이든 글줄을 읽으면 글쓰는 이 마음밭을 헤아립니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말은 없습니다. 마음이 스미지 않은 글은 없습니다. 참마음을 담든 거짓마음을 담든, 또는 깊은마음을 담든 얕은마음을 담든, 마음이 차곡차곡 담기는 말이요 글입니다. 그러니, 예부터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거나 진다고 했습니다. 알뜰살뜰 애쓰고 힘써서 하는 참된 말마디라 한다면 마땅히 천 냥 빚을 갚고, 이냥저냥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내뱉는 말마디라 한다면 으레 천 냥 빚을 집니다.

 

 짧은 글줄이든 긴 글줄이든 매한가지입니다. 짧게 썼다고 참마음을 못 담는 글이 아닙니다. 길게 늘어뜨린다고 참마음을 담는 말이 아닙니다. 말에는 씨가 있어야 합니다. 글에는 뼈가 있어야 합니다.

 

 꼭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드는 씨나 뼈가 아닙니다. 말하거나 글쓰는 이 온삶이 녹아드는 씨알이요 뼈대입니다. 글쓴이가 이제까지 당신 삶을 바치면서 녹인 씨앗이요, 글쓴이가 여태껏 당신 땀을 흘리면서 일군 뼛줄기입니다.

 

 ― 자전거 훔치기란, 착한 마음이 사라지고 내 밥그릇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이 어우러질 때 나타나는 가장 흔한 잘못 가운데 하나다

 

 착한 마음이 사라지면 착한 생각이 사라지고, 착한 삶이 사라지며 착한 말이 사라집니다. 자전거를 훔치는 사람한테만 착한 마음이 사라졌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착한 말을 잃거나 버린 사람한테도 착한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고 느낍니다. 착한 글을 쓰지 못하고, 착한 삶을 일구지 못하며, 착한 매무새를 갖추지 못한다면, 누구나 착한 말을 하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내 밥그릇만을 생각할 때에도 얄궂은 길로 접어들지만, 내 밥그릇만을 생각하니 내 이웃하고 즐겁고 스스럼없이 나눌 말과 글을 잊습니다. 내 밥그릇을 살며시 내려놓고 우리 밥그릇을 헤아린다면, 누구나 싱그럽고 아름다운 말그릇을 모두어 쥘 수 있습니다.

 

 어깨동무할 삶이요, 어깨동무할 생각이요, 어깨동무할 말입니다. 어깨동무할 사랑이며, 어깨동무할 믿음이며, 어깨동무할 말씨와 글빛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10.20 17:58ⓒ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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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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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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