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의 훼손순간 최대 데이터 전송량을 줄이기 위해서 한 신의 기본 화면의 화질을 고의적으로 떨어뜨리는 손실 압축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에 따라 전체 영상의 데이터 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화질이 열화 되고 색상 수도 줄어들었지만 대신 볼 수 있는 하드웨어 범위가 늘어납니다.
김인성
손실 압축, 이 놀라운 기술은 그 동안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궁극의 디지털 마법이었습니다. 덕분에 전송 속도, 디스플레이 기기 등에 대한 제한이 없어졌습니다. 장비의 성능도 전혀 상관이 없었고 저장 장치의 크기도 마음껏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손실 압축에 맛을 들인 영상 처리 업체들은 이제 화질에는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만큼 손실량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어렵지도 않습니다. 비트레이트라고 불리는 초당 데이터 전송량을 조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과하게 줄인 손실 압축 영상도 눈으로 볼 때 변화가 많은 화면을 제외하면 원본과 대충 비슷하게 보이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파일 크기를 줄여주기 때문에 환영을 받았을 정도입니다. 엠펙(MPEG)이라 불리는 동영상 손실 압축뿐만 아니라 사진 이미지의 품질도 고의적으로 떨어뜨리는 제이피지(JPG) 포맷도 이렇게 해서 대유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본 동영상의 전송률을 1190Mbps(bit per second: 초당 비트수)라고 했을 때 프레임 단위의 변화량을 이용한 무손실 압축한 영상이 원본의 1/10 정도인 119Mbps의 전송률을 가진다고 가정합니다(실제로는 이렇게 단독으로 쓰이지 않음.) 손실 압축 방식 중에서 현재 가장 품질 좋은 블루레이는 40Mbps인데 원본에 비해 1/3(119/40)로 손실 압축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정도 화질이라면 거의 원본과 차이를 알기 어렵습니다. 또한 블루레이는 제작 과정에서 빠른 화면의 화질이 나빠지지 않도록 후 처리를 하기 때문에 최상의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품질 좋은 HDTV 방송이 25MBps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19Mbps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값이 작아질수록 화질이 나빠지지만 19Mbps정도까지는 그래도 원본과 비슷해 보일 정도로 좋은 영상입니다.
손실 압축을 악용하는 자들
우리나라 방송 채널 한 개는 6MHz 크기의 주파수 대역을 가집니다. 이것을 현재의 변조 기술을 이용했을 때의 데이터 전송률로 바꾸면 27Mbps가 됩니다. 어려운 개념은 넘어가고 공중파, 위성, 케이블TV 한 채널은 27Mbps 대역폭을 가진다 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공중파 방송사들은 이 대역폭을 모두 다 써야 하는 아날로그 방송은 어쩌지 못했지만 디지털 채널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바로 손실 압축을 좀 더 많이 해서 전송률을 떨어뜨리면 한 채널에 여러 개의 방송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소위 MMS라고 불리는 멀티채널방송 정책입니다.
19Mbps로 송출하는 HD 방송을 13Mbps까지 떨어뜨린 후 남는 6Mbps에 SD급 방송을 몇 개 추가할 수 있게 하겠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시험적으로 HD 방송을 13Mbps까지 떨어뜨려 방송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듣고 중단해야 했습니다. 화질이 너무 떨어져 도저히 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공중파 방송국들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미 17Mbps 이하로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오늘도 조금씩 화질을 떨어뜨리며 국민들이 나쁜 화질에 서서히 길들여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가 발전하면서 CPU도 고성능이 되어 이전에 쓸 수 없었던 복잡한 계산법의 압축 방법도 채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최근에 각광 받고 있는 새로운 압축법(H.264)인데 전송량은 줄이고 화질은 좀 더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식적으로 하자면 방송사들이 전송률을 그대로 유지하고 새 압축법으로 화질을 높여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좋지 못한 현재의 화질을 기준으로 삼고 새 압축법으로 전송률을 낮추는 데만 관심들이 있습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화질은 나아지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케이블 방송은 방송법의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전송을 위한 형식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어 아직은 공중파 HD 방송을 그대로 재전송하고 있습니다. 규제 때문에 그나마 손대지 않은 화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케이블TV도 전송률을 낮추어 더 많은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습니다.
공중파와 케이블은 대역폭 제한을 극복하고 채널 수를 늘리기 위해 화질을 낮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TV는 어떨까요? 채널의 대역폭 제한이 없고 채널 수 제한도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화질로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위성TV가 고화질에 초점을 맞추듯이 인터넷TV도 품질로 승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터넷TV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초고속 인터넷을 TV 전용으로 쓸 수 없다는 점입니다.
100Mbps의 초고속 인터넷에서 17Mbps의 데이터 전송은 어떻게 보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말이 100Mbps지 실제 평균적으로 70Mbps가 꾸준히 나오기 힘듭니다. 게다가 인터넷TV는 실시간으로 전송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컴퓨터가 큰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면 인터넷TV가 끊길 수 있습니다. 컴퓨터 쓸 때 인터넷 느린 것도 못 참을 일이지만 거실의 TV가 끊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때문에 인터넷TV의 실시간성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합니다. 편도 1차선 길인 인터넷에서 어떻게 인터넷TV에만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전송되도록 할 수 있을까요? 다행이 이런 경우를 위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그것을 인터넷의 서비스 품질 정책(QoS)이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