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 운이 좋으면 티칼 신전 주변으로 원숭이, 칠면조, 열대 모기, 왕거미, 도마뱀, 그리고 작은 포유류나 설치류 등 각종 동물들을 볼 수 있다.
문종성
재규어 형상이 있는 까닭에 재규어 신전이라고도 불리는 신전 1과 맞은편에 신전 2, 그리고 그 사이 펼쳐진 아크로폴리스 센트랄(Acropolis Central)은 티칼의 두 번째 매력이다. 전체적인 조망은 멕시코 유적 팔렝케와 유사하다. 하지만 그 경사가 여느 신전보다 확연히 가파르고 보존이 잘 되어 있어 보다 더 또렷한 형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행자들의 셔터를 바쁘게 만든다. 실제로 신전 1에서는 추락사하는 참사까지 벌어져 지금은 올라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아찔한 나무 계단이나 돌계단을 오르다보면 현대에도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은 의식의 제물로 바쳐진다는 농담이 농담이 아닌 것 같다.
1881년 알프레드 모즐리에 의해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된 이래 상대적으로 밀림 깊숙이 위치한 비명의 신전이나 중앙의 재규어 신전, 그리고 3000여 개의 크고 작은 마야문명의 흔적 속에 그들은 그들 문화를 영속시키기 위한 유기적 시스템이 필요했다. 기원전 600년부터 터를 잡기 시작해 전성기엔 4~5만 명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엔 아마도 그것을 유지시켜 줄 종교와 정치의 제의를 담당한 희생제를 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역할은 당연히 신전 몫이었다.
추측하건대 당시 의식을 거행하던 신전에서는 사선을 경계로 수많은 저주와 경배가 혼합되어 울려졌을 것이다. 마야만큼 찬란하면서도 마야만큼 잔인한 문명은 또 없지 않은가. 삶과 죽음은 신전의 수많은 비밀의 방과 땅 밑에 파헤쳐진 복잡하게 얽힌 지하 통로 어딘가에서 그 운명이 갈라졌을 것이다. 아무도 모른 채, 여전히 의문에 싸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