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 위에 올린 내 애마 로페카(Ropeca).
문종성
국경을 넘자 견딜 만했던 가랑비는 이제 폭우 수준으로 변했다.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가 볼까 도로의 간이 치킨가게 파라솔 아래서 카드놀이에 열중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들의 대체적인 결론은 버스였다. 이렇게 비가 오니 길도 진흙길인데다 중간에 마을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이런 대화에 나서기 좋아하는 이로부터 흉흉한 얘기도 들었다. 예전에 과테말라 자전거 여행하던 서양 여행자가 원주민들에게 습격당해 사망했다는 소름끼치는 소식 말이다. 물론 그 여행자는 원주민 관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진 찍다가 대노한 원주민들에게 관용 없는 즉석 재판을 받았단다. 같은 실수를 하진 않겠지만 괜히 닭살이 돋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예정에 없던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 비라면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파인 길에는 버스도 속절없이 빠진다니 말 다 했다. 그저 하늘에 뜻에 맡기는 수밖에. 그런데 국경 근처에는 따로 버스 터미널 건물이 있는 게 아니라 봉고차와 승합차만 몇 대 주차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게 사람들이 이용하는 이 마을에 유일한 버스 터미널이란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한 청년이 나에게 오더니 티칼가지 않겠느냐고 물어왔다. 티칼! 과테말라 그리고 마야 문명 최고의 유적지 아니던가! 과테말라 볼거리는 그것이 반인데 말이다. 빗속에서도 나는 그 거대한 문명의 역사를 듣는 순간 흥분되기 시작했다. 당장 그와 흥정에 돌입했다.
"얼만데?" "70." "아, 70케찰(약 2만원)?" 고개를 젓던 그가 말했다.
"Oh~ No, no. 70 US달러." 국경에서 티칼까지는 차로도 두어 시간 정도면 가는 거리다. 그런데 70케찰도 비싸다고 입이 삐죽 나올 기센데 그것도 아닌 70달러나 내라니. 아무리 자전거와 함께 라지만 아주 뽕을 뽑을 기세였다.
"네 자전거도 따로 실어야 하고, 무엇보다 다른 승객들과 부대낌 없이 너만 특별히 고급 택시(라고 하기엔 내 눈엔 큰 메리트가 없어 보였다)에 편안하게 데려다 줄 수 있거든. 비도 오는데, 어때?"역시 관건은 비였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네 딴엔 뛰어봤자 벼룩'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넉넉한 미국 여행자들이 70달러라는 거금에 개의치 않고 몇 차례 이용해서 다음 여행자가 부담되는 것도 있었다. 3명이면 20달러 조금 넘는 금액으로 차를 전세 내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