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 컴 투 올드 벨리즈!벨리즈 시티 입성지점에서.
문종성
기분 좋은 시원한 해풍이 뺨을 간질인다. 먼저 소방서 쪽에 나 있는 퀸 스트리트를 거닐었다. 비교적 밝고, 안전한 길이다. 창문을 통해 새어 나온 불빛을 통해 가난한 소리가 들려오지만 화목하고 아늑하게 느껴진다.
벨리즈 가정은 그렇게 폐쇄적이지 않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어느 정도 집안 내부까지 어슴푸레하게나마 볼 수 있다. 어떤 집에서는 파티를, 어떤 집에서는 포커 게임을, 또 어떤 집에서는 옹기종이 둘러앉아 수다를 떤다. 퀸 스트리트에 경찰서가 있는 이유로 마음이 가볍다.
20여 분간 퀸 스트리트를 배회했는데 발걸음은 가벼웠다. 예정시간인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 같았다. 이윽고 벨리즈 시티의 교통과 행정의 가교 역할을 하는 스윙 브리지를 건너 위험하다는 킹 스트리트를 향해 갔다.
그저 다리 하나를 건넜을 뿐인데도 분위기 자체가 심각하게 음산하고 무거워보였다. 가게마다 청원경비가 있지만 중국식당이나 여타 가게와는 달리 확실히 이쪽은 젊고 힘센 경비들이 건물을 지키고 서 있었다. 그리고 눈빛이 마주치면 한 판 붙어보자는 듯이 절대 기싸움에 밀리지 않는다. 인상은 타이슨 급이요, 분위기는 호랑이 우리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 역시 속기침을 하며 최대한 건들건들하게 허리를 곧게 펴고 양 팔을 최대한 벌린 채 팔자걸음의 거만한 양반 폼으로 주눅 들지 않고 거리를 걸었다. 거기에 길거리 분위기를 급속히 냉각시키는 젊은 무리들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경찰도 특정 시간 형식적 감시를 빼곤 아예 순찰하지도 않는 구역이란다. 그러니 이게 살아나갈 방도란 걸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