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벨리즈 국경지역기나긴 멕시코 자전거 여행을 끝마치고.
문종성
3월의 멕시코 남부는 숨이 턱턱 막힌다. 이제 곧 보게 될 벨리즈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있던 가슴마저 답답해져 왔다. 그래도 수교국인데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진 않을까 한국 여행자가 멕시코 국경을 벗어날 때 따로 지불하는 요금이 분명히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볼 것도 없이 당연하다며 일처리를 재촉했다.
"한국 여행자 어디 한 둘 보나? 다 이쪽으로 해서 벨리즈 넘어간다네."별 수 없이 통행료를 지불하려고 지갑을 꺼내 들었다. 200페소면 근 5일치 생활비인지라 파르르 손이 떨려왔다. 그 때 버스에서 내리는 단 한 커플의 배낭 여행자를 발견했다. 강한 햇살을 받아 찌푸린 인상으로 오랜 여행에 심신이 피로해 보이는 서양인이었다. 왠지 모를 구원의 느낌! 반가운 마음과 혹시나 하는 기대로 창구에 양해를 구하고 그들에게로 가려고 했다. 통행료 문제를 잠깐 물어보려고 해서다. 그런데 1평이나 될까 좁디좁은 창구에서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가는 거야? 빨리 처리해야 돼!"
"잠깐만요. (그들에게 다가가서) 이봐요. 혹시 여기 국경 넘어갈 때 통행세 내야 하는 건가요?"
"어허, 얼른 오라니깐!" 검문소 직원의 표정과 말투는 상기되어 있었다.
"글쎄 우리도 잘 모르겠는걸요."
그들의 대답은 콜라 빠진 통닭처럼 시원찮았다.
"빨리 오라고!"
보채는 직원의 말투는 확실히 격앙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여권에 도장을 꾹 박아주며 얼른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라, 그럼 통행료는?
"통행료는요? 안 내도 되나요?"그는 대답 대신 고개도 들지 않고 연신 오른손으로 파리 내쫓듯 훠이훠이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 뒤 서양 여행자를 의식하는 게 확실했다. 중남미 사람들이 정보력이 뛰어나고 말이 통하는 서양 여행자들에겐 '굽신굽신' 거리면서도 상대적 입장에 놓인 동양여행자는 얕보기 때문에 차별한다는 소리가 피부로 확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