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마실을 하면서 퍽 묵은 노래테이프를 만나기도 하고, 널리 사랑받던 노래테이프를 만나기도 하며, 이래저래 지나친 노래테이프를 만나기도 합니다.
최종규
- 2 -헌책방마실을 할 때 곧잘 '낡은' 노래테이프를 집어듭니다. '묵은' 레코드판을 집어들 때도 있습니다. 몇 번 턴테이블을 장만했으나 바늘이 닳아 못 쓰게 되거나 턴테이블이 맛이 가는 바람에 이제는 레코드판으로 노래를 들을 수 없지만, 눈에 뜨이는 판은 곧잘 사 놓습니다. 언젠가 턴테이블 다시 장만할 수 있으리라는 꿈을 붙잡으면서, 또는 이 꿈을 못 붙잡는다 하여도 내 단골 술집 아저씨한테 레코드판을 선물로 드리면서 가끔이나마 레코드 노래를 들으면 넉넉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면서.
어제는 김완선 님이 1992년에 낸 〈애수〉와 이연경 님이 1990년에 낸 1집 레코드판 두 장을 골라 봅니다. 김완선 님 음반에 들어간 사진은 구본창 님이 찍었다고 나옵니다. 이분이 레코드판 사진도 찍었구나 하고 새삼 느끼면서 재미있다고 느낍니다. 그러고 보니 레코드판이고 테이프이고 노래꾼들 사진이 여러 장씩 들어가는데, 이런 사진을 찍는 분들 이름을 거의 안 살폈다고 느낍니다. 어쩌면, 음반 사진은 '사진 역사'에서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낡은 노래테이프틑 열 개쯤 고릅니다. 〈이현우 1집〉, 〈변진섭 2집〉, 〈투투 2집〉, 〈왁스 1집〉, 〈이덕진 1집〉, 〈이문세 5집〉, 〈김광석 3집〉, 〈쿨 1집〉, 여기에 〈영화 '탑건' 주제노래 모음〉과 〈영화 '라붐 2' 주제노래 모음〉.
턴테이블은 없기에 녹음기로 테이프를 돌립니다. 즐겨듣는 낡은 노래테이프로는 〈한대수 그레이티스트 히츠〉(1975), 〈이지연 1ㆍ2ㆍ3집〉, 〈우순실 1집〉, 〈신정숙 1집〉, 〈신형원 1집〉, 〈장덕 1집〉, 〈한스밴드 2집〉, 〈김현식 1ㆍ2ㆍ3ㆍ5집〉, 〈강수지 8집〉, 〈박성신 2집〉, 〈언니네이발관 1집〉 들로, 책상맡에 수백 권에 이르는 책과 함께 수북하게 쌓아 놓고 있습니다. 〈노래마을〉도 곧잘 듣지만, 테이프가 꽤 늘어난 듯해서 더는 안 듣습니다. 1975년에 나온 〈한대수 그레이티스트 히츠〉는 시디에라도 옮겨 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저한테는 그런 장비가 없습니다. 장덕 님 음반이나 우순실 님 음반, 또는 신정숙 님 음반도 머잖아 테이프가 늘어나 못 들을 듯한데, 이런 음반을 다시 장만하기란 하늘별 따기보다 힘들다고 느낍니다. 그나마 이지연 님이나 김현식 님 음반은 서너 차례 다시 사서 듣고 있습니다. 어제 김광석 님 세 번째 음반을 산 까닭도, 이제까지 들은 음반이 많이 늘어졌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