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승차권바깥에서 버스를 타고 온 이들한테는 동그란 '무료승차권'을 하나씩 건네줍니다. 하회마을 안까지 들어가는 순환버스를 탈 때 쓰이는 거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버스 삯을 어른 1000원, 중고생 800원씩 내야 한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값에 견줘 거리가 너무 짧습니다.
손현희
또다시 하회마을에 왔을 때, 기사 아저씨는 동그란 쿠폰을 하나씩 주셨어요. 쿠폰에는 '무료승차권'이라 적혀 있었는데, 이건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고 마을 안까지 들어가는 '순환버스'를 타는 데 쓰이는 거였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바깥에서 버스를 타고 온 손님한테는 찻삯을 받지 않고 이걸로 대신하는 거였어요.
우리는 사진을 찍으면서 가려고 일부러 버스를 타지 않고 걸었어요. 마침 경주에서 답사를 나온 '나원초등학교' 아람단과 걸스카우트 학생들이 줄을 지어 걸어오는데, 아이들 모습이 한껏 밝고 명랑합니다.
마을을 가운데 두고 낙동강 물줄기를 휘감아 돈다 하여 '하회마을', 이곳 풍경은 어느 것 하나도 놓치기가 아까워요. 어느새 마을 안까지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짧았어요.
"아아, 이래서 그랬구나! 마을 안까지 이어주는 '순환버스' 삯이 천 원이면 비싸긴 비싸다. 자기 차 타고 오는 사람들은 더하겠네. 입장료에, 주차장비 내야하고 또 이 버스 삯까지 내야 하니까.""그래, 그렇긴 하다. 그렇다고 꼭 버스 타고 들어올 까닭은 없잖아. 이럴 때 풍경도 구경하고 걷는 것도 얼마나 좋은데.""맞아. 게다가 우리처럼 안동에서 버스 타고 들어온 사람한텐 버스 삯도 받지 않으니 이래저래 이런 데 오려면 대중교통이 얼마나 좋아?""어쨌거나 난 잘한다고 봐. 사실 차가 마을 안까지 들어오면 온통 방해가 될 테니까, 요즘 사람들 길만 나 있으면 덮어놓고 안까지 들어오잖아. 그 몇 걸음 걷는 거 귀찮다고."볼거리? 이만하면 됐지!걸어오는 내내 풍경이 아름다워 무척 좋았는데, 마을 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어요. 마치 우리가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조선시대 어느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온통 옛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네요.
"아니, 이게 볼거리가 없다고? 이만하면 됐지. 이런 구경을 어디서 또 할 수 있겠어?"어젯밤 게시판을 보며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까 봐 조금은 걱정했는데 이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또 여기에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신이 나고 기쁜지 몰라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하나라도 놓칠세라 사진에 담기 바빴어요.
기와집과 초가집이 한데 어울려 그 옛날 대갓집 대감님도 되었다가, 초가집 마당에선 농사짓는 농사꾼도 되었다가 나도 모르게 시간과 세월을 넘나들며 하회마을과 하나가 되어 있었어요. 가끔 골목 한 귀퉁이에 이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는 음료 자판기가 서 있긴 했어도 아무렇지 않았어요. 만일, 더운 여름날 여기에 왔다면, 이 너른 마을을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도리어 '자판기도 하나 없냐?'면서 투덜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