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질쿰 사막공사구간이 계속 된다
김준희
조금 걷자 내 눈앞에는 포장도로가 사라지고 공사구간이 나타났다. 처음에 나는 '뭔가 공사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핸드카를 밀면서 걸었다. 그런데 이것이 나의 착각이었다. 가도가도 공사구간이 끝나지 않는다. 모래가 깔린 비포장도로를 달려가는 공사현장의 많은 트럭들.
트럭이 한번 지나갈 때마다 나도 거기서 생기는 모래먼지를 한차례씩 뒤집어 쓴다. 좁은 길이라서 피할 곳도 마땅치 않다. 웬 트럭과 중장비들이 그렇게 많이 오가는지, 그리고 그 차량들은 나를 보면 어김없이 경적을 울려댄다. 위험한 공사구간을 혼자 걷고 있는 이방인이 무척이나 신경쓰이는 존재일 것이다.
게다가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비포장도로라서 핸드카를 밀면서 걷는 것도 쉽지 않다. 나는 천천히 핸드카를 밀면서 걷다가, 두팔로 통째로 들고 걸었다. 그것도 어려워서 나중에는 짐을 풀어서 배낭을 메고 핸드카와 보조가방은 양손에 들고 걸었다. 무슨 도보여행 3종 경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10km에 걸친 공사구간을 돌파하고 나니까 완전히 녹초가 됐다. 안경은 모래먼지로 뿌옇게 변했고, 귀에서는 트럭의 경적 소음이 아직도 맴돈다. 공사구간이 끝나고 다시 포장도로가 시작되었지만 나는 지쳤다. 시간은 12시. 사막의 태양은 이미 뜨거워졌다. 오늘 목적지인 검문소까지 35km라고 하면, 나는 절반도 오기 전에 맛이 간 것이다.
일단 어디 가서 좀 쉬자고 생각했다. 그늘이 아무 데도 없는 사막이지만 걷다보면 그래도 뭔가가 보일 것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한참 가다보니까 진짜 저 멀리 뭔가가 있다. 커다란 트럭과 차량들이 도로 한쪽에 모여 있다. 저곳에 가면 트럭이 만들어주는 그늘이 있을 것이다. 그럼 그냥 거기 앉아서 조금 쉬자.
그곳에 도착하니까 커다란 차량과 이름도 모를 중장비들이 한쪽에 세워져 있다. 그리고 사람들도 보인다.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이들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들 중 한사람에게 저 트럭 뒤쪽에서 좀 쉬겠다고 손짓으로 말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트럭 뒤쪽에는 그늘이 있고 넓은 카펫이 바닥에 펼쳐져 있다. 이들도 일하다 쉴 때가 되면 이 카펫으로 모이나 보다. 트럭이 만들어주는 작은 그늘이 지금처럼 반가울 때가 없다. 나는 짐을 한쪽에 놓고 그냥 그 카펫 위에 누웠다. 그리고 잠시 후에 잠이 들었다.
트럭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