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퇴직, 고령화시대를 맞는 386세대에겐 노후자금 마련도 만만치않은 과제다. 그러나 인생 이모작을 통해 경제 수명을 연장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노후준비를 위해 '억'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공포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마이뉴스 김시연
이렇게 돈벌이 없는 30년을 준비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법을 내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해법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며 심지어 좌절감과 공포심을 준다는 것이다.
여러 금융회사에서 PB(private banking)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60세부터 필요한 노후 자금을 현재가로 매월 200만 원이라고 가정하고 물가 상승까지 감안해서 지금부터 그때까지 대략 10억 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부터 매월 100만 원이 넘는 돈으로 오로지 노후를 위한 장기투자를 하라고 권한다.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소득은 320만 원가량이다. 그중 30%를 노후를 위해서만 저축과 투자를 하라는 이야기가 된다.
노후가 되기 전에 목돈이 전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다. 자녀 교육비 마련도 만만치 않고 주거비도 웬만한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 많은 돈을 다 지출하고도 30여 년 동안 10억 가까운 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지금과 같이 사교육비 지출이나 주거비 지출이 크지 않았던 현재의 은퇴 세대들도 54.46세에 6천여만 원의 금융자산만을 가진 채 은퇴한다고 한다. (서울대 소비자 아동학부, 은퇴자 503명 대상 조사 결과)
하물며 엄청난 주택비용과 자녀의 대학등록금으로 천만 원을 넘게 지출해야 하는 지금의 경제활동 세대가 10억 가까운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10억은커녕 무리한 주택 마련에 빚 갚느라, 아이들 사교육비 감당하느라 빚 안 지고 은퇴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미래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 유발에 한때 은퇴자 협회에서도 '은퇴자금, 억, 억, 우리 보고 어쩌란 말인가?' 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성명서에서는 "공교롭게도 은퇴 자금 월 470만원, 8억1천만 원, 11억5322만 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발표하는 곳은 삼성연구소나 금융계열이다. 사망보험을 '보장자산'이라는 말로 포장해 무섭게 안방을 파고들고 있다"라며 은퇴 공포를 유발하는 금융사와 그와 관련된 연구소들의 공포 마케팅에 문제제기를 던지고 있다.
금융사 PB들의 은퇴 준비를 위한 조언을 담은 표를 살펴봐도 60세부터 200만원씩 쓰기 위해 120만원, 150만원씩을 장기 저축에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와 같은 전문가 조언은 장기 금융상품에 과도한 투자를 해야 하는 금융 과소비를 낳을 뿐이다.
공포 마케팅이 오히려 합리적인 노후 준비 의지 꺾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