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식 후의 식사가운데가 교장, 내 옆이 후산
김준희
나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여기와서 춤을 추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이럴줄 알았다면 '텔미 춤'이라도 배워오는 건데 그랬다. 춤이 뭐 별건가. 리듬에 맞춰서 몸을 움직이면 그게 춤이지. 나는 내가 할 줄 아는 유일한 춤인 '개다리춤'을 열심히 추었다.
덩실덩실. 덩실덩실. 둥그렇게 모여서서 우리를 쳐다보는 수백명의 남녀학생들. 이들의 대부분은 아마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어디서 굴러먹던 외국인인데 여기와서 춤을 추고 있나? 이런 생각을 하는 학생도 있을지 모른다. 흥겨운 음악이 계속 이어지고 어느새 나도 점점 즐거워진다.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직원은 계속 우리 주위를 돌면서 춤추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내가 춤추는 모습이 앞으로도 이곳에 남아서 학생들 입에 오르내리겠군. 이걸 좋아해야할지 싫어해야할지 모르겠다.
몇 곡의 음악이 흐르고 나서 기나긴 춤 시간이 끝났다. 개학식도 끝났다. 교장은 나를 자신의 방으로 이끌었다. 방의 긴 탁자에는 어느새 볶음밥과 과일, 빵 등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다. 교장과 후산, 몇몇 중년 남녀들이 그 탁자에 둘러 앉았다. 후산에게 물었다.
"이 사람들도 학교 교사예요?""아뇨. 이 지역의 주요인사들이에요."아까 나랑 같이 춤을 추었던 중년 여성은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마을부녀회장 정도 되는 인물이다. 후산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오늘부터 이 칼리지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한단다. 교장은 사진집을 꺼내더니 나에게 보여준다. 거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도 있다. 한참 먹다보니까 교장은 아까부터 음식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교장은 왜 안 먹어요?""지금 라마단 금식 기간이라서요. 한달 동안 낮시간에는 먹으면 안 돼요. 이슬람 전통이에요.""그럼 후산은 왜 먹어요?""금식이 의무인 건 아니거든요. 원하는 사람만 금식하면 돼요."식사시간도 끝났다. 교장은 날 끌어안더니 방문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했다. 나도 악수하면서 환영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내가 걸어서 간다니까 교장은 생수, 빵, 과일을 봉지에 가득 담아서 주었다. 밖으로 나와서 단체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외국인한테 친절하거든요."후산이 말한다. 외국인한테 친절한 건 좋은데, 너무 친절하니까 내가 난처해진다. 우리는 크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내가 한국인이라서 친절한 건지 아니면 정말 모든 외국인한테 친절한 건지 모르겠다.
이곳 현지인들이 한국에 대해서 많은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남녀학생들 앞에서 축하인사를 하고 춤까지 추었으니 오늘은 정말 독특한 경험을 한 날이다. 저 학생들도 독특한 경험을 하긴 마찬가지였을 거다.
작은 도시 베루니에서 호텔을 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