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국죽오른편부터 작가 박도, 한 사람 건너 시인 윤일균, 손 세실리아, 유승도, 한복희 여사
이종찬
굳세게 살아가는 강원도 사람들의 대명사 '메밀국죽''술술 넘어 간다'는 낱말이 딱 어울린다. 가끔 떠먹는 시원한 국물 맛도 끝내준다. 그렇게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자 이마와 목덜미에서만 땀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숙취에 시달려온 속에서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듯하다. 갑자기 온몸이 강원도 산 봉오리 위로 훨훨 날아갈 듯이 가벼워진다. 강 작가 말마따나 정말 '해장국에 딱'이다.
이 집 메밀국죽은 국물멸치와 새우를 통째 넣고 된장을 살짝 푼 뒤 메밀, 김치, 두부, 콩나물, 대파,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넣고 1시간 남짓 센불에 포옥 끓여 만든다. 포옥 끓이지 않으면 메밀이 제대로 퍼지지 않아 입에 넣으면 메밀이 빙빙 맴돌기만 하면서 잘 씹히지도 않고 소화도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도 선생은 "만주에 가니까 메밀을 참 많이 심더라"라며 "메밀은 메마른 땅에서도 싹이 아주 잘 트고 생육기간이 60∼100일이기 때문에 이모작이 가능한 식물"이라고 말한다. 박 선생은 "메밀은 특히 불량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척박한 환경에서도 굳세게 살아가는 강원도 사람들의 대명사"라고 말했다.
강 작가는 "지난 70년대 끝자락까지만 하더라도 강원도 사람들은 메밀국죽과 메밀부침을 끼니 대신 먹었다"고 설명한다. 강 작가는 "메밀국죽이나 메밀부침은 강원도가 아니면 결코 맛 볼 수 없는 음식"이라며, "강원도를 제대로 알려면 메밀국죽과 메밀부침을 강원도 막걸리와 함께 취하도록 먹어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원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메밀국죽. 뫼가 높아 새들도 쉬어가고,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구름도 놀다간다는 첩첩산골 강원도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서린 강원도 음식 메밀국죽. 2008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만산홍엽으로 불타고 있는 강원도 정선에 가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메밀국죽 한 그릇 맛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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