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8) 계층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408] ‘교과서에 실린 언어화된 정보’란 무엇일까

등록 2008.08.22 10:51수정 2008.08.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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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계층화하다

 

.. 근대산업화가 일본의 식민지정책 하에서 주도되어 경제적 수탈을 목적으로 한 데서 한국 민족이 착취의 대상으로 노동을 계층화한 셈이었다 ..  《이효재-여성의 사회의식》(평민사,1978) 31쪽

 

“일본의 식민지정책 하(下)에서 주도(主導)되어”는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는 정책에 따라 이루어져”로 손보고, “경제적(經濟的) 수탈(收奪)을 목적(目的)으로 한 데서”는 “돈과 물질을 빼앗으려 한 데서”로 손봅니다. ‘한국 민족(民族)’은 ‘한겨레’로 다듬고, “착취(搾取)의 대상(對象)으로”는 “등골이 뽑히며”나 “모든 것을 빼앗기며”로 다듬어 줍니다.

 

 ┌ 계층화(階層化) : 사회 집단의 구성원을 여러 계층으로 구분함

 │   - 사회 계층화 / 시청자의 계층화

 │

 ├ 노동을 계층화한 셈이었다

 │

 │→ 노동을 계층으로 나눈 셈이었다

 │→ 노동을 계층으로 가른 셈이었다

 └ …

 

보기글을 이모저모 뜯어 보면서 다듬다가 생각합니다. 논문으로 쓴 글이라 하더라도 말을 쉽게 쓰면 될 텐데, 꼭 이렇게 써야 학문이 되거나 학문을 하는 글쓰기가 될까 모르겠습니다. 말하려는 뜻은 얼추 짚을 수 있지만, 또렷하게 무슨 말인지 헤아리자면 한참 다시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그냥 한 번 읽으면서도 뜻을 헤아리고 무엇을 들려주려 하는가를 짚어낼 수 있으면 그만인 말을 여러 번 다시 읽게 하는 일은 말헤픔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까운 시간을 버리는 짓이라고 느낍니다. 깊이 있게 생각하고 여러 갈래로 가만히 돌아봐야 하는 일이라 해도 좀더 수월하게 헤아릴 수 있는 말로 엮어 나가면 한결 낫습니다.

 

 ┌ 사회 계층화 → 사회를 계층으로 나뉨

 └ 시청자의 → 계층화 시청자가 나뉨

 

국어사전을 뒤적여 봅니다. '계층화'라는 낱말이 따로 실려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실리는 낱말이라면, 그만큼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쓰이는 말이라는 소리입니다. 그러니 학자들도, 학자 아닌 사람들도 이런 말을 널리 쓰려 할 수 있고, 널리 쓰는 일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말이 '왜 국어사전에 실려야 하는 말인가'를 살펴보거나, '국어사전에 이런 말까지 실어서 우리 말을 어지럽혀야 하는가'는 거의 돌아보지 못하고 맙니다. 더구나 '계층화 같은 낱말을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널리 쓰고 있기에 국어사전에 싣는가'를 헤아리지 못합니다.

 

 ┌ 계층으로 나눔 / 계층으로 나뉨

 ├ 계층을 짐 / 계층이 짐

 └ 계층을 가름 / 계층이 갈림

 

한 낱말로 간추리면 ‘계층나눔’이나 ‘계층가름’입니다. 때에 따라서 ‘계층나뉨’이나 ‘계층갈림’입니다. ‘계층지다’라는 낱말을 지어도 괜찮습니다.

 

우리 나름대로 우리 생각을 우리 말로 나타내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마음을 기울일 수 있으면 되고, 생각을 쏟으면 됩니다. 더 배운 사람끼리만 주고받을 말을 넘어서면 됩니다. 덜 배운 사람끼리도 주고받을 말을 살피면 됩니다. 이 땅에서 우리들이 주고받을 말은 무엇인가를 곱씹으면 됩니다.

 

ㄴ. 언어화되다

 

.. 교과서에 실린 언어화된 정보를 정확하게 재생하는 능력만 있다면, 어느 과목에서나 우수한 시험성적을 올릴 수 있다 ..  《사이토 다카시/이규원 옮김-도약의 순간》(가문비,2006) 12쪽

 

 “정확(正確)하게 재생(再生)하는 능력(能力)만 있다면”은 “또렷하게 생각해 내는 재주만 있다면”이나 “빠짐없이 떠올릴 수만 있다면”으로 손질합니다. ‘우수(優秀)한’은 ‘훌륭한’이나 ‘높은’으로 다듬어 줍니다.

 

 ┌ 언어화 : x

 ├ 언어(言語) :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   - 언어 감각 / 언어 구사 / 언어 습관 / 언어를 가졌다는 사실

 │

 ├ 교과서에 실린 언어화된 정보

 │→ 교과서에 온갖 글로 적혀 있는 정보

 │→ 교과서에 실린 글로 된 정보

 │→ 교과서에 실린 정보

 │→ 교과서 지식

 └ …

 

‘언어화된’ 정보란 “언어로 이루어 놓은” 정보를 뜻합니다. “언어로 이루어 놓은” 정보란 “말이나 글로 밝혀 놓은” 정보이며, 교과서에 실린 ‘언어화된’ 정보라면, “교과서에 글로 적혀 있는” 정보를 가리켜요.

 

 ┌ 교과서를 달달 외울 수 있다면, 어느 과목에서나 높은 시험성적을 올릴 수 있다

 └ 교과서만 잘 외우면, 어느 과목에서나 시험성적을 잘 받을 수 있다

 

 “교과서에 글로 적혀 있는 정보”란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글쎄,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말해서 “교과서 지식”은 아닐는지요. 이 자리에서는 그냥 ‘교과서’라고만 하고 “교과서만 잘 외우면”처럼 적으면 넉넉하지 않을는지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8.22 10:51ⓒ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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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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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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