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어탕
김준
여름철 보양식의 으뜸 '민어'남도에서는 민어를 회로 먹지만, 서울에서는 삼복더위에 민어탕으로 복달임을 하는 풍습이 있다. 요즘에는 보관시설들이 발달해서 회를 먹어도 상관없지만, 옛날에는 여름철 선어로 탈없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생선이었다. 그것도 산지에서나 가능했다.
식도락가들이 목포나 신안 임자도를 찾아 여름철 민어회를 주문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양반들은 민어회보다는 민어탕이나 민어찜을 즐겼다. 삼복더위에 양반은 민어 먹고 상놈은 보신탕을 먹었다던가. 민어가 고급음식임엔 틀림없다. 지금도 비싸다.
한방에서 민어는 개위, 즉 위장을 열고 하방광수 방광에 있는 수기를 내린다고 했다. 즉 배뇨를 도와준다는 뜻이다. 민어부레를 원료로 만든 아교주(아교를 잘게 썰어 구슬 모양으로 만든 약)는 허약과 피로를 치료하고, 이유 없이 몸이 여위는 것을 보하고 해소와 코피가 나는 증상을 다스린다고 했다. 이쯤이면 여름철 보양식으로 민어가 으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민어는 생선회는 말할 것도 없고, 어란을 만드는 알, 쫄깃쫄깃 고소한 부레(풀), 담백하고 고소한 뱃살, 다져서 나오는 갈비살·날껍질에 밥 싸먹다 논 팔았다는 '민어껍질', 홍어애탕과 함께 '탕 중 탕'이라는 민어탕 등 20여 가지 요리가 가능하다. 비늘 말고 버릴 것이 없다. 특히 탕에는 부레가 생명이다. 홍어애국에 애가 들어가지 않으면 맛이 없듯 민어탕에도 부레가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