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중심이 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권우성
2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으로 모인 사람들은 계속 늘어났다. 사람들은 청계광장을 가득 채웠고, 파이낸스센터 앞부터 서울시청 쪽까지 인도를 점령했다.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물결처럼 일렁였다.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2.5톤 짜리 트럭에 만들어진 작은 무대, 100미터 이상은 들리지도 않은 소형 엠프로는 통일된 행동이나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른바 '조직화'된 집회참가자도 없었다. 그러나 모두 스스로 움직였다. 곳곳에서 자유발언이 이어졌고 곳곳에서 통일된 구호가 만들어졌다. 각자의 경험, 각자의 처지는 달랐지만 "더 이상은 믿지 못하겠다"는 마음만은 모두 같았다.
자유발언에 나선 대학생 1명이 사람들에게 수줍어하며 고백했다.
"누나가 오늘 이곳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사람들 모인다고 뭐 바뀌는 것 같지도 않고 누나 3수 하는데 공부나 하라고 했다. 그런데 직접 와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무언가 될 것 같다."집회참가자들은 큰 웃음과 함께 촛불을 들어올리며 "할 수 있다"고 외쳤다. 웃고 떠들며 소리치는 사람들. 이들은 누군가 판을 벌려주기만을 기다렸던 이들 같았다.
집회 시작 1시간 만에 동난 1만개의 초... "정부 우리 생각 몰라"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청계광장에는 1천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부터 양복을 입은 직장인,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들까지 다양한 인파가 모여들었다.
촛불집회를 준비한 이명박 대통령 안티 인터넷카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집행부는 "오전부터 집회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아 정신이 없었다"며 "촛불을 1만개 정도 준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주최 측이 준비한 촛불은 1시간 쯤 지나자 동이 났다.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옆 사람들에게 "어디서 촛불을 얻었냐"고 물으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토록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청계광장으로 모여든 까닭이 무엇일까. 운동본부가 주최한 탄핵집회는 대선 이후 매주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그러나 참여인원은 평균 50여 명도 채 안 됐다. 그나마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이 발표된 지난 4월 말 집회에 300명 정도가 모였다. 고작 1주일만에 300명은 2만 명으로 불어난 셈.
청계천 시설관리공단에서는 '시설물 보호'를 이유로 주최 측이 준비한 무대를 파이낸스센터 앞 광장으로 옮기게 했지만 계속해서 밀려드는 사람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 결국 파이낸스센터부터 프레스센터 앞까지의 인도뿐만 아니라 청계광장도 곧 촛불로 가득찼다.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청계광장의 촛불파도를 카메라에 담던 한 20대 연인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 관련 기자회견을 봤냐"고 대뜸 내게 물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 생각을 모르는 정부의 답변을 듣고 있자니 사람들이 오늘(2일) 많이 오겠구나 싶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교복을 입고 온 여중생 2명은 "여기에 온 것 부모님도 알고, 선생님도 아신다"며 "선생님이 잘 갔다오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아무개(34)씨는 "정부고 언론이고 우리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있다"며 "그러면 행동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이날 사람들은 곳곳에서 스스로 일어나 정제되지 않은 단어로 솔직한 자신의 분노를 표현했다. 사람들은 앞장 서 말하는 이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미친 소 너나 처먹어"를 함께 외쳤다.
정제되지 않은 '분노' 곳곳에서 폭발... "이건 우리 애 밥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