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논증적 글쓰기 수업 '총본부'토마스 젠 교수가 하버드대 논증적 글쓰기 수업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건물 앞에서 웃고 있다. 젠 교수 뒤에 'Expository Writing Program(논증적 글쓰기 수업)' 표지판이 보인다.
신향식
토마스 젠 교수는 '논증적 글쓰기 수업'이 전공과목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연계하는 데에도 무척 신경을 쓴다고 한다. 신입생 때 배운 글쓰기가 전공에 필요한 글을 쓰는 데 요긴하게 활용되도록 한다는 말이다. 흔히 이것을 '학제 간 글쓰기(WAC, Writing Across the Curriculum)'라고 한다.
실제로, 경제학, 심리학, 역사학, 영문학 등 전공 수업에서 요구하는 글은 각기 서로 다른 구성과 전략을 사용한다. 그래서 하버드대는 이와 같은 전공별 글쓰기의 차이점을 염두에 두고 논증적 글쓰기 수업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문학 전공자는 독창적인 논지 전개에 신경을 써 가면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전자공학 전공자는 당연히 실험 결과의 정확성을 중시한 실험 보고서를 써야 한다. 논증적 글쓰기 수업에서는 신입생들이 상급 학년에 올라가 전공에 필요할 글쓰기를 할 때에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도록 작문 지도를 하는 것이다.
하버드대는 '학제 간 글쓰기'를 하기 위해 '논증적 글쓰기 수업'을 하는 교수들이 전공과목 교수들과 대학원생들, 그리고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 전공과목 교수들과 학생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글쓰기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교수들이 잡지나 신문기사, 논픽션 등을 활용하여 수업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전공 수업에 맞춘 글쓰기를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 학기 전에 어떤 종류의 글쓰기가 필요한지 파악해 두는 것은 기본이다.
하버드대 글쓰기 교육의 성과에 대해 젠 교수는 "논증적 글쓰기 수업을 학제 간 글쓰기로 연결하기 때문에 신입생들이 고학년이 되면 좀더 사려깊게 생각하여 글을 쓰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다른 전문적인 학업을 할 때 필요한 사고법을 배웠다고 느낀다면 우리 프로그램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 학생들은 학교 측의 노력에 화답하듯 글쓰기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여 교수들을 흐뭇하게 한다. 학생들은 보통 수업 전날 밤 과제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새벽 4시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교수가 깨어 있을 것으로 보고)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하버드대는 학생들이 글을 써내야 하는 분량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통계에 따르면 6명의 학생들이 4년 간 제출한 글이 600파운드(273kg)를 넘을 정도다. 대부분의 전공 과목을 글쓰기로 평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