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탕붕장어로 끓여낸 장어탕은 속풀이에 아주 좋으며 무기력한 봄날에 몸에 기를 불어넣는데도 아주 그만이다.
조찬현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녁식사를 함께 했으면 한다고. 그런데 어느 곳으로 가면 좋겠느냐고 묻는다. 아예 음식 메뉴와 식당까지 결정해서 연락했으면 하는 투다. 사실 나 역시 맛집 기사를 쓰고는 있지만 이럴 때는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함께 할 상대방들의 식성을 일일이 다 알지 못하니 그럴밖에.
참 오랜만에 시내 외출이다. "이 참에 우리도 젊은이들처럼 그렇게 시내를 휘젓고 한번 다녀보자. 식당도 찾아보고, 그러다 맘에 드는 집이 있거들랑 그곳으로 가지 뭐." "좋아요." 의견 일치를 본 다음 우리 일행은 여수시청 근처를 누볐다.
입맛 당기는 업소들이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횟집·막창집·치킨집….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그냥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부담 없는 장소를 물색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곳이 '푸른바다 장어촌'이다.
이곳에서 또한 의견이 분분하다. 장어구이를 먹자는 사람, 장어탕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입가심으로 생맥주 한 잔을 하자는 사람. 독주를 싫어하고 비교적 저 알코올의 부드러운 술을 좋아하는 나는 내심 간단한 식사를 원했다.
무기력한 봄날 몸에 기를 불어넣는 '장어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