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으로 꾸며놓은 2층 창가에다정스레 포즈를 취하는 연인.
문종성
'입맞춤의 골목'에 도착해 보니 정말 생각보다 작은 공간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멕시코판 신파극이 일어나기에 이만한 최적의 장소가 또 어디 있을까 싶었다.
이곳 입맞춤의 골목 창가에서 젊은 연인들은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사진에 담아가기도 한다. 좁은 계단에서 나처럼 음울하게 독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지만 확실히 2층 창가에서 찍는 커플사진이 사람들의 시선을 더 잡아끈다.
키스를 부르는 거리…. 아마도 지하실의 벽에 묻혀있을 딸의 영혼이 이곳을 찾은 연인들의 사랑을 이뤄주는 메신저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 자신처럼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아픔을 다시는 보지 않기 위해. 부러운 장면에는 언제나 불끈대는 나의 미래가 보인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올 때는 달빛 창가아래서 사랑을 속삭이리라.
전날, 과나후아토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늘 반복되던 고민을 또 하기 시작했다. 어두워졌으니 근처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에 시내로 나갈까 아니면 지금 당장 달려 들어갈까 하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멀리 보이는 과나후아토의 전경이 기가 막히게 멋졌던 것이다.
콜로니얼 도시 사방으로 빛나는 오렌지 빛 등의 유혹은 정말이지 맛있게 보일 정도였다. 언덕이 많았지만 넘어갈 때마다 아름다움이 한 걸음씩 다가오는 것 같은 희열을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다. 목적지가 눈에 보이면 아무리 힘들어도 생기가 돌기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