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시 툰시 라오제 거리. 특산 명차인 타이핑허우쿠이를 직판하는 곳과 체 게바라 얼굴에 '남자아이를 파는 성냥'이란 이름을 새긴 성냥가게
최종명
차 한 잔 마시고 거리를 나오니 저녁이 지나 약간 어두워졌다. 저녁을 먹을까 생각하는데 골목길에 있는 씨에커황(蟹壳黄)이라는 구운 과자(烧饼)를 파는 곳이 보였다. 한 아주머니가 화로를 열어 한 봉지 싸준다. 게 껍데기처럼 생겼다고 해 이름이 붙은 이 전통 과자는 아쉽게도 아무런 맛도 없이 밋밋했다. 화로 속에서 골고루 잘 익혀 태운 것이 정말 누렇고 붉은 게를 먹는 듯한데 이것만 한번 경험할 일인 듯하다. 결국 요기로 하기에는 실패였다.
'화차이천당'(火柴天堂)이란 상호가 보여 무엇일까 궁금해 자세히 보니 성냥 파는 가게다. 화차이는 바로 성냥인 것이다. 갖가지 모양과 디자인의 성냥을 여전히 팔고 있다. 도무지 팔릴까 싶은데 가만 보니 성냥 표지에 마오쩌둥과 쑨원, 게다가 체 게바라까지 등장한다. 정말 불꽃처럼 살다간 사람들이라는 이야기일까.
체 게바라 사진 옆에 ‘남자 아이를 파는 작은 성냥(卖男孩的小火柴)’이라는 글자가 있어서 의아했다. 알고 보니 라오제에는 두 곳의 성냥가게가 있는데 다른 한곳은 ‘성냥을 파는 남자아이(卖火柴的小男孩)’라는 이름이어서 거꾸로 익살스럽게 했다고 한다. 정말 ‘아이를 파는’ 가게는 아닌 것이다.
라오제 끝을 벗어나는 곳에서 아이들 둘이 제기차기를 하고 있다. 밤이 깊어가는데 가게를 보면서 지루함을 달래고 있는 중이다. 거리를 벗어나 강변 조명을 바라보며 산책로를 따라 걸어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 라오제 근처에서 양고기 꼬치라도 먹으려고 한글로 쓴 한 식당으로 들어가니 중국동포가 하는 식당이다.
한국 관광객들도 몇 팀이 보인다. 문제는 메뉴에 10위엔이라 해서 몇 개냐고 물으니 하나에 그렇다고 한다. 10배, 20배 장사를 하는 것이다. 너무 하다 싶어 5분 정도 시내 쪽 재래시장으로 걸어가니 1개에 1위엔한다. 20개를 사서 맥주도 사서 방에서 신나게 먹다가 잤다.
<와호장룡> 촬영지기도 한 다리를 보는 순간 숨을 멈췄다9월 23일 아침,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기고 버스를 탔다. 오랜만에 중국사람들이랑 함께 여행을 간다. 별스러울 것은 없지만 정말 꼭 보고 싶던 곳으로의 여행이니 아침부터 즐겁다.
오늘 가는 곳은 홍춘(宏村)과 시띠(西递) 마을 두 곳이다. 먼저 도착한 곳은 이현(黟县)에서 1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홍춘이다. 입구를 지나 걸어가니 난후(南湖)가 나오고 사진에서나 보던 멋진 다리가 나타났다.
리안(李安) 감독의 <와호장룡(卧虎藏龙)>의 촬영지이기도 한 다리를 보는 순간 정말 이런 이미지를 도대체 어떻게 연출할 수 있을까 하는 탄성이 나왔다. 봉긋한 돌다리와 수련, 오래된 집들과 먼산 위의 구름과 하늘까지 다 집어삼킨 듯 호반 위에는 환상이라 말해도 어색하지 않은 장면이 펼쳐져 있어 숨을 멈출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