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시후 호반에 있는 황빈홍 동상
최종명
구산 주위는 20세기 초 여성혁명운동가인 쳐우진(秋瑾)의 무덤과 동상도 있고 옹정제가 별궁개념으로 지은 4곳의 작은 사찰도 있다.
아담하고 예쁜 식당과 찻집도 있고 몇 채의 민가들도 있는 아름다운 거리이기도 하다. 육지로 연결된 시링챠오(西泠桥)에서 본 산과 호수, 호수를 가득 수놓고 있는 수련도 예쁘다.
다리를 건너면 중국 최고의 명기라 일컫는 소소소(苏小小)의 자그맣고 동그란 무덤이 있다. 일찍 부모를 잃고 총명하고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났던 그녀는 뭇사람들의 선망을 한 몸에 받는 기생이 되었다. 그녀는 19세의 나이로 요절했으나 파란만장한 사연을 담고 있어 황진이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재상의 아들 완욱(阮郁)과 못다 이룬 사랑, 산자락에서 책을 읽고 있는 서생 포인(鮑仁)의 인물 됨됨이를 한 눈에 알아보고 격려해주는 성품, 3번이나 거부한 관찰사 맹랑(孟浪)의 위협에도 멋진 시구로 위기를 벗어난 배짱 등 그녀는 시후를 거쳐간 백거이와 소동파를 비롯 수많은 이들의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수호전(水浒传)>의 의사(义士)로 칭송 받는 무송(武松)의 무덤 역시 호반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무송은 우얼랑(武二郎)으로 형인 우다랑(武大郎) 무식(武植)의 부인인 반금련(潘金莲)의 <금병매>에 등장하지만 역시 호랑이를 때려잡는 호걸로 민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펑위팅(风雨亭) 앞에는 중국 근현대미술의 대가인 황빈홍(黄宾虹)의 동상이 있다. 그는 ‘서호서하(西湖栖霞)’와 같은 작품을 남겼으며 말년에 시후에 머물며 여생을 마쳤다. 손을 위로 뻗어도 할아버지 동상의 손에도 미치지 않는 꼬마아이의 몸짓이 귀엽다.
구산 풍경은 시후에 기대어 눈과 마음을 달래려 한 많은 역사를 만날 수 있으니 구산사유라 한들 어떻겠는가.
곡원추허 曲院秋荷시후 북쪽 호반 자동차 도로를 따라 가면 또 하나의 제방 길인 쑤띠(苏堤)가 보인다. 이 남북을 가로지르는 인공 둑길은 작은 호수 3개를 분가시켰다. 그 중에서 송나라 시대 민족영웅으로 칭송 받는 위에페이(岳飞) 사당 바로 앞이라 위에후(岳湖)라 이름했다.
이 호수에서는 장이머우(张艺谋)의 중국 3대 호반 위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공연인 인상서호(印象西湖)가 매일 밤 펼쳐진다. 윈난(云南) 리장(丽江)과 광시(广西) 양숴(阳朔) 그리고 이곳이다. 양숴에서 본 장면이 기억나서 매표소로 가니 할인도 없이 200위엔이 넘는다. 마침 호수 위에서 리허설이 한창인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막힌 장막 사이로 훔쳐보려 하지만 바오안(保安)들이 계속 쫓아다니며 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