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황허러우에 있는 악비의 공덕을 기리는 패방
최종명
악비가 후베이를 중심으로 의용군을 일으키고 나라를 구하자고 했던 시대인 12세기 초 우리는 고려시대였다. 중국은 여진족인 금나라가 베이징을 점령하고 있었으며 남쪽으로 밀려난 송나라는 중원 일부와 강남 지역에 영토를 확보하고 있었다.
베이징 북쪽은 몽골족들이 초원을 지키며 힘을 기르고 있었고 서북쪽은 서하(西夏), 서쪽은 티베트 왕국인 토번(吐蕃), 서남쪽은 따리(大里) 국이 자리잡고 있는 형국이었다.
역사상 한족이 군사적으로 영향력이 가장 미미했던 시대가 또 있을까 할 정도다. 당시 '민족의 영웅'은 강남으로 밀려난 한족의 마지막 보루였던 것이다.
악비공덕방과 비슷한 모양의 패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길을 걸었다. 황허러우의 4계절을 상징하고 있다.
오솔길처럼 좁은 산길을 완만하게 올라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있는 바이윈거(白云阁)가 다다랐다. 서기 4세기 동진(东晋) 시대의 난러우(南楼)의 별칭으로 알려져 있고 앞서 최호의 시뿐 아니라 20세기의 시인이자 역사학자인 궈모뤄(郭沫若)와 마오쩌둥의 시에서도 언급되는 곳이기도 하다.
조금 더 지나면 멀리 웅장한 황허러우의 자태가 등장하는 곳에 바오퉁딩(保铜顶)에 천년길상(千年吉祥) 종(钟)이 있다. '천년을 기다려 한번 친다'는 종을 치려면 돈을 내야 한다. 10위안은 3번, 20위안은 6번, 30위안은 9번 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종을 치는 회수만큼 그에 맞게 그럴 듯한 덕담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각 숫자의 음을 빌어 덕담을 만들고 의미하니 참 절묘하기도 하고 한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一은 '일생평안(一生平安)', 二은 '재운형통(财运亨通)', 三은 '길상여의(吉祥如意)', 四는 '사업유성(事业有成)', 五는 '오복임문(五福临门)', 六은 '육육대순(六六大顺)', 七은 '칠성고조(七星高照)', 八은 '팔면위풍(八面威风)', 九는 발음이 같은 '久'를 써서 '지구천장(地久天长)'의 복을 받게 된다. '천장지구(天长地久)'는 홍콩 영화의 불후의 명작이기도 하지만 '하늘과 땅의 존재만큼 오래되고 영원하다'는 의미이니 더이상의 덕담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