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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마켓에서 장을 보다보면 '살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 제품이 몇 가지 있습니다. 소시지와 햄 그리고 어묵이 바로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쉽고 빠르게 반찬 한 접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만한 식재료도 없지만 방부제나 발색제 혹은 화학(합성)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것을 생각하면 내밀었던 손을 다시 집어넣게 되거든요. 그래서 열 번에 예닐 곱 번 정도는 생각을 접고 돌아서게 되지만 아주 가끔은 특별한 요리를 만들 생각에 장바구니에 집어 넣게 됩니다.
특히나 어묵같은 것은 날씨가 아주 추운 날 장을 보러 가면 꼭 사게 되지요. 나무 젓가락에 끼워진 뜨끈뜨근 김나는 어묵바를 눈 앞에 그리다 보면 도저히 안 살 수가 없습니다. 햄 소시지 역시 라면사리 넣어 걸쭉하게 끓여낸 부대찌개 생각을 하다보면 꼭 사게 마련이구요. 며칠 전에도 역시 같은 생각으로 대형 마트에서 어묵 한 봉지를 샀지요.
'무랑 멸치 그리고 분식집에서 그러하듯 꽃게 토막도 몇 개 넣고 국물 시원하게 우려내 어묵탕을 만들어 봐야겠다'란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와 열심히 어묵 국물을 끓여냈습니다. 그리고 어묵을 봉지에서 꺼내 국물에 따끈하게 데워낸 후 꼬치에 꿸 생각을 하고 나무젓가락을 찾았는데….
싱크대 서랍에서 늘 굴러다니던 그 흔하디 흔한 나무 젓가락이 왜 그날따라 하나도 눈에 안 띄던지. 이리저리 싱크대를 이잡듯 뒤져 봤지만 헛수고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 부엌 대청소를 한답시고 모아두었던 나무 젓가락이며 아이스크림 집에서 얻어온 플라스틱 수저 따위를 한꺼번에 버렸던 일이 떠오르지 뭡니까? 한두 개라도 남겨두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나중 생각을 못하고 깡그리 다 없애 버린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요.
분식집 어묵마냥 긴 꼬치에 꿰어 어묵바를 먹을 기대로 눈을 반짝이며 기다렸던 아이의 실망도 이만 저만 아니었구요. 하는 수 없이 그날 사온 어묵은 채 썰어 볶음을 만들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도 다행히 피망이라도 있어 평소보다는 조금 더 색감이 좋은 어묵볶음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요리를 할 때 단숨에 떠오르는 '필(feel)'을 따르는 것도 좋지만 재료는 다 갖추어진 것인지 정확하게 확인해 본 후에 무엇을 만들지 정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묵 잡채를 만들어봤습니다. 부대찌개 만든다고 햄이며 소시지를 잔뜩 사 온 날, 공교롭게 김치가 똑 떨어지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어요? 제가 덤벙대며 하는 일이 늘 그 모양이니까요.
색색의 채소를 넣어 볶은 어묵잡채입니다. 고춧가루와 간장으로 조려내도 매콤한 맛이 입맛을 살려주지만 심심한 간장볶음은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 아이들 반찬으로 참 좋지요.
<어묵잡채 만드는 법>
재료 :
어묵 석 장을 채 썰어 무게를 달면 145그램이 나옵니다. 200cc 종이컵에 담으면 세 컵 정도 나옵니다.
당근을 채 썰어 200cc 종이컵 반 쯤을 채우면 53그램이 나옵니다.
사각어묵 3장(145그램), 양파(중) 1/4개, 피망 1개, 채 썬 당근 1/2컵(53그램), 진간장 2큰술, 올리고당 1작은술, 다진마늘 1큰술, 포도씨유 2큰술
1. 모든 재료는 5-6mm 정도 굵기로 고르게 채 썰어둡니다.
2. 팬을 달군 후 기름을 두르고 예열해둡니다.
3. 채 썰어 둔 재료를 모두 넣어 중불에서 볶기 시작합니다.
4. 진간장, 올리고당을 넣어 재료에 간이 스며들도록 고르게 뒤적이며 볶습니다. 맨 나중에 다진 마늘을 넣어 다시 볶은 후 불에서 내리면 완성.
5. 검정 통깨를 뿌려 상에 냅니다(이 기사는 오디오 파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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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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