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시내 라일강 다리입구의 사자상
이승철
“벌써 공항으로 출발하는 것은 시간이 너무 이르지 않겠습니까?”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돌아본 다음 근처의 한국인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였다. 카이로 공항에서 떠나는 오사카 행 비행기시간까지는 아직 5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그럼 아직 시간이 넉넉하니까 이 근처에서 카이로 시내관광을 하고 한 시간 후에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공항은 카이로시내 외곽에 있다고 했다. 그래도 4시간 전에 출발한다는 것은 너무 서두른다는 인상이 짙었다.
“여유 있게 출발해야 합니다. 공항까지 가는 길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 같으면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이곳 교통사정은 장담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1시간 동안 시내 관광을 하기로 하고 우선 근처를 돌아보기로 했다. 이 지역은 카이로 시내를 흐르는 라일강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이었다.
거대한 관광도시답지 않게 무질서하고 지저분한 카이로 시내풍경 카이로 시내는 전반적으로 지저분한 도시였다. 상주인구가 1700만 명이라는 세계최대의 도시는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도 심하고, 최신형 빌딩과 함께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아파트가 공존하고 있었다.
“조금 전에 라일강 위의 다리를 건너올 때 바라본 빌딩은 아주 최신형이던데, 저 빌딩은 아차하면 무너질 것처럼 보이는군요, 저런 곳에서도 사람이 살고 있습니까?”
골목에서 약간 넓은 거리로 나오자 길가에 정말 철거하려고 방치해 놓은 것처럼 보이는 빌딩이 서 있었다.
“그럼요, 저 정도면 아직 쓸 만한 편입니다. 저 아래층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겁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빌딩의 아래층에는 정말 거짓말처럼 가게들이 버젓이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거리는 주거지와 상업지역이 따로 구분이 되어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길거리에서 가까운 낡은 아파트의 창문과 베란다 창살에는 낡은 빨래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뒷골목의 풍경은 더욱 지저분했다.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은 보통이었고, 주변의 가게들이나 건물들, 신발 같지 않은 샌들을 질질 끌고 다니는 그들의 발과 옷차림도 지저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가난에 찌든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