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중굴라 국경의 잠베지강에서 승객과 트럭을 실어날으는 폰툰 페리
김성호
세계에서 가장 짧은 국경선짐바브웨 여자 노점상에게 사진을 전달하기 위해 3시간 30분이나 늦은 나는 부랴부랴 봉고 버스를 탔다. 잠비아와 보츠와나의 국경마을인 카중굴라(Kazungula)에 도착하니 오전 11시30분. 본토와 연결된 땅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국경선이다. 잠비아와 보츠와나가 카중굴라를 중심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거리는 고작 750m.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있는, 교황청이라 불리는 바티칸시국이 이탈리아와 맞대고 있는 국경선이 4km인 것과 비교해도 카중굴라의 국경선이 얼마나 짧은지 알 수 있다. 그 사이로는 짐바브웨와 나미비아와 맞대고 있어 지도 상으로 보면 잠비아와 보츠와나 사이에는 접한 국경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카중굴라의 국경선은 지도 상으로 긴 줄이 아니라 하나의 점으로 표시된다.
카중굴라는 잠비아와 보츠와나뿐 아니라 짐바브웨, 나미비아의 국경이 합쳐지는 곳이다. 잠베지강을 사이에 두고 사실상 4개국의 공동 국경인 셈이다. 잠비아는 보츠와나의 짧은 국경을 포함해 모두 8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아프리카에서 9개국의 수단, 8개국의 콩고민주공화국, 니제르와 함께 가장 많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에 속한다.
카중굴라에 도착하자 잠베지강이 잠비아와 보츠와나의 국경을 가르고 있었다. 폰툰 페리(Pontoon Ferry)라는 거룻배를 타고 국경을 건너야 한다. 배를 타고 잠베지강을 건너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카중굴라의 잠베지강은 폭이 400m밖에 안 된다. 바닥이 평편한 대형 폰툰 거룻배는 승객과 승용차, 대형 트럭까지 실어 나른다. 트럭을 싣고 내릴 때는 거룻배의 앞뒤 쪽이 내려지면서 다리처럼 육지에 닿는데, 마치 수륙양용 장갑차의 앞문이 열리는 것과 같다.
폰툰 페리를 통해 보츠와나에서 바나나를 담은 상자를 싣고 와 잠비아 쪽에 내려놓고, 잠비아 쪽에서는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화물트럭이 보츠와나 쪽으로 건너간다. 아프리카 여행 중 다리가 아니라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국경은 처음이다.
잠베지강에 다리가 건설되면... 폭이 400m밖에 안 되어 다리를 놓으면 쉽게 이동할 수 있으련만, 폰툰 페리로 사람과 자동차를 실어 나르다보니 불편하기 마련이다. 잠비아 쪽의 출입국사무소 직원에게 “다리를 놓으면 될 텐데, 불편하게 배로 실어 나르느냐”고 묻자 “2008년부터 다리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잠비아와 보츠와나를 잇는 카중굴라 다리를 놓는데 필요한 비용 미국 돈 1억 달러(900억 원. 2006년도 기준)의 재원조달과 짐바브웨와의 갈등 등으로 다리 건설이 지연되어 왔다고 한다.
카중굴라 다리가 만들어질 장소는 잠비아와 보츠와나를 가르는 잠베지강과, 보츠와나와 나미비아를 가르는 초베강이 합류하는 지점 바로 아래이다. 현재 예정된 다리 길이만 720m에 달한다. 짐바브웨가 다리 건설공사에 참여하기로 함으로써 잠비아와 보츠와나, 짐바브웨 3국이 공동으로 다리 건설 작업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카중굴라 다리가 완공되면 남아공에서부터 보츠와나를 거쳐 잠비아를 통해 중부 아프리카와 동부 아프리카지역으로의 물자수송과 교역증가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자유무역지대를 꿈꾸고 있는 남부 아프리카 개발공동체(SADC)의 지역통합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부 아프리카 개발공동체에는 남아공과 레소토, 스와질란드, 나미비아, 보츠와나, 마다가스카르, 콩고민주공화국, 세이셸, 모리셔스, 짐바브웨, 잠비아, 말라위, 모잠비크, 앙골라, 탄자니아 등 1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잠베지강에 다리가 놓이면 사람과 자동차가 함께 배를 타고 잠비아에서 보츠와나로 건너가는 푼툰 페리의 낭만은 사라질 것이다. 언젠가 내가 다시 아프리카에 올 때는 폰툰 페리 대신에 이곳에 긴 다리가 놓여 있겠지. 잠베지강은 카중굴라를 지나면서 너비가 1380m로 가장 넓어져 거침없이 흘러 빅토리아 폭포 아래로 떨어진다.
잠비아에서 시작한 잠베지 강은 앙골라를 거쳐 잠비아와 나미비아, 보츠와나 국경을 가르면서 빅토리아 폭포의 장관을 보여 준 뒤 짐바브웨와 모잠비크를 거쳐 인도양으로 흘러간다. 나는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모잠비크의 테테 지역과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 잠비아와 보츠와나의 카중굴라 지역 등 모두 세 번에 걸쳐 아름다운 잠베지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