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이반도 북부 길에서 바라보이는 시설물과 비행장
이승철
그런 지역을 벗어나 조금 더 달리자 이번에는 끝없이 펼쳐진 광야에 곧장 뚫린 도로가 시원하게 다가온다. 보이는 것이라곤 도로를 따라 세워져 있는 고압선과 전선주뿐이었고 광활한 사막은 죽음처럼 정적에 싸여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VIP라며 호송하겠다고 억지 부리는 검문소그런 길을 한참 더 달리자 저 앞에 검문소가 나타났다. 이곳까지 오는 중에도 몇 개의 검문소를 통과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간단히 그냥 지나칠 줄 알았다. 그런데 검문소에서 나온 군인들이 버스 안에 들어와 여권을 확인하고 돌아간 후에도 버스가 출발하지 않는다.
현지인 가이드인 얼빵과 이집트 교민 가이드가 검문소에 들어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20여분이 지나서야 교민 가이드가 나타났다.
“어르신들이 VIP 손님들이라 자기네들이 호송하겠다고 합니다. 사막길을 가는 동안 위험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아무리 사양을 해도 막무가내라서 지금 얼빵이 그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그럼 우리들이 귀빈들이란 말이야, 그럼 이집트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모두 귀빈이겠네, 웃기는 사람들이잖아, 그것도 우리들이 싫다는데 왜 붙잡아 놓고 보내주지 않는 거지?”
“혹시 저 사람들 딴 생각 나서 그러는 것 아냐?”
“설마?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렇게 해가 지려고 하는데 빨리 보내주지 않고….”
교민 가이드 이 선생은 상당히 애가 타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우리들이 가고 있는 길이 절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교민 가이드 이 선생의 말이었다.
그 사이 태양은 더욱 많이 기울어져 지평선 위 두 뼘쯤의 높이에 떠있다. 우리들이 버스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크고 작은 개들이 몇 마리 나타났다. 녀석들은 버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우리들의 눈치를 살핀다. 사납거나 사람을 해칠 위험은 없어보였지만 그래도 일행들은 녀석들의 접근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