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 그는 항상 전 인류의 구원을 위한 ‘의미 있는 죽음’을 생각했다.김종성
이 일화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마태복음 12장에도 예수가 죽음을 피해간 직접적인 사례가 나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죽음을 피한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죽음을 찾기 위해 그렇지 못한 죽음을 피해간 것이다.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서 병자를 고쳤을 때에 예수에게 닥친 위험이 마태복음 12장 9절부터 21절까지에 기록되어 있다.
예수가 회당에 들어가니 그곳에 '손 마른 사람'이 하나 있었다. 예수가 그 병자를 고칠 것이라고 예상한 바리새인들은 "안식일에 병 고치는 것이 옳습니까?"라며 은근히 예수를 떠본다. 안식일에는 쉬라고 했으니까 병 고치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었다. 예수도 이에 지지 않고 다소 공격적으로 나선다.
"너희 중에 어느 사람이 양 한 마리가 있어 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졌으면 붙잡아내지 않겠느냐? 사람이 양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
안식일일지라도 자기 양이 구덩이에 빠지면 당연히 구해내야 하는 것처럼, 양보다 더 귀한 사람이 위험에 빠졌다면 안식일 여부에 상관없이 당연히 구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답변이었다.
뒤이어 예수는 곧바로 후속 행동에 착수한다. 병자를 고치는 기적을 행한 것이다. 안식일에는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율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자 바리새인들이 "옳거니"하고 예수를 죽일 방도를 의논한다. 잘만 하면 이것을 명분으로 예수를 죽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에 대해 예수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바리새인들이 보는 앞에서 일부러 기적까지 행했으니, 계속해서 초강수를 던지지는 않았을까? '이 정도면 종교적 죽음이 되겠다' 싶어서 그대로 목숨을 내놓지는 않았을까? 예수의 반응이 마태복음 12장 14~16절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바리새인들이 나가서 어떻게 하여 예수를 죽일꼬 의논하거늘, 예수께서 아시고 거기를 떠나가시니 사람이 많이 좇는지라. 예수께서 저희 병을 다 고치시고 자기를 나타내지 말라 경계하셨으니"
이에 따르면, 바리새인들이 자기 목숨을 노리자 예수는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고 일단 위급 상황을 피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그는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에게도 "자기를 나타내지 말라"는 경계의 말을 잊지 않았다.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바리새인들 앞에서 기적을 행하는 강수를 던져 상황을 한층 고조시키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가서 자리를 피함으로써 죽음을 면한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도 종교적 죽음으로 연결될 수 있었겠지만, 병자 한 사람이 아닌 온 인류의 몸값을 대신하는 죽음을 찾는 예수에게 있어서 그것은 마땅히 피해야 할 상황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예수는 자기의 생명과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죽음의 위험을 살짝 피하는 슬기도 발휘했다.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무조건 전진하지 않았다. 그는 의미 있는 죽음이 무엇인가를 항상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예수의 행적을 볼 때에, 비(非)전도지역이라고 해서 죽음의 위험을 불사하고 무조건 뛰어드는 것은 기독교인으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예수가 보여준 지혜처럼 기독교인들은 생명과 죽음 모두를 의미 있게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죽음을 불사하고 위험지역 선교에 뛰어드는 기독교인들이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에 활용되어 결국 종교적 죽음이 아닌 정치적 희생을 당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면, 이는 선교사나 봉사자 본인뿐만 아니라 뒤에서 열심히 기도하고 헌금을 보내주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예수처럼 의미 있는 죽음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기독교인의 자세일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