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를 달고 가는 게리의 자전거와 패니어를 달고 가는 내 자전거.문종성
난 그렇게 친절히 배려를 해 주는 자체만으로도 진심으로 고마웠다. 하지만 게리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니요. 그게 아니에요, 갈렙. 음. 아무래도 내가 오늘 당신을 책임져야 될 것 같아요. 집 떠난 지 세 시간 밖에 되지 않았으니 뭐 다시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상관은 없거든요. 집으로 그냥 돌아가겠어요. 갈렙이 나를 따라와요."
"네? 아니 저… 그게 진짜… 난 괜찮은데? 저 때문에 괜히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잖아요? 그냥 가도 괜찮아요. 난 혼자서도 뭐든 불편함 없이 잘 할 수 있어요."
당황하는 나에게 게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의 매듭을 지어버렸다.
"좋은 친구를 만났는데 그냥 헤어질 순 없잖아요? 인연은 쉽게 만들어지는 법이 아니에요. 나를 따라와요. 당신을 만나 나도 기뻐요. 그래서 대접해 주려는 거예요. 집까지 세 시간 정도면 되니까 그리 멀지는 않아요."
부드러움 속에서도 게리의 의지는 결연해 보였다. 이런 고마울 데가. 미안하면서도 고마우면서도 왠지 그와 있으면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그의 의견대로 따라가기로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정을 과감히 포기하면서까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그의 여유와 배려를 바라보자니 심연보다 깊은 가슴 저 밑에서부터 존경심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집까지 가는 세시간 동안 이리 호 주변에 대해 짤막짤막하게 설명을 계속해주었다. 지난 번 온타리오 호수에서는 사과 농장을 많이 봤었는데 여기선 특히 포도 등 과일 농장들이 많이 보인다.
"천연 호수에 상쾌한 바람에 질 좋은 토양까지 있어서 포도 맛이 일품이죠."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호수 바람을 타고 온 진한 포도 향기에 그만 취할 정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