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에 있는 가시들은 낚시바늘 같다. 연한 이파리를 따먹으면 신맛이 난다.김민수
손질이 안 된 어느 무덤을 며느리배꼽이 무성하게 감싸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면서 시부모님의 무덤보다는 친정부모들의 무덤에 피어난 며느리배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집살이를 하느라 친정부모들에게 효도하지 못한 아쉬움을 담아 돌아가신 후에라도 넋이 되어 그 무덤을 감싸고 있는 듯 느껴졌지요.
밭일을 하거나 산행을 할 때 맨살에 며느리배꼽의 줄기가 닿으면 상처가 나는 것도 그렇지만 자잘한 가시들이 박혀서 따끔거립니다. 긴 바지나 소매가 긴 옷을 입고 가면 바지나 소매에 착 달라붙어서 뿌리가 뽑히도록 따라올 때도 있지요. 얼마나 정이 그리웠으면, 사람이 그리웠으면 그럴까 싶기도 합니다.
며느리배꼽, 꽃을 찾아 떠난 여행길이 제법 오래된 뒤에야 그를 볼 수 있었습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었음에도 이제야 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합니다.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가까운 들녘에 나가 며느리배꼽의 보랏빛 열매를 보면서 가을을 느껴보시지 않으시렵니까? 운이 좋다면 이제 막 피어나는 작은 꽃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자연에 잠시 눈길을 준다고 우리 삶이 뒤처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친 삶에 활력을 주지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